(만화) 동토의 여행자(다니구치 지로, 홍구희 역, 샘터사)
내가 가진 책은 2008년에 발행된 한국어 번역본 초판 1쇄이다. 내용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어서 샀던 것은 아니고, 단지 다니구치 지로의 작품이라서 산 것이었다. '동토의 여행자'라는 제목도 마음에 들었고. 동토(凍土)라면 얼어붙은 땅이 아닌가? 그런데 이 책은 사실 몇 개의 단편을 모은 책이고, '동토의 여행자'는 그중의 한 편이다. 그것 이외에 '하얀 황야', '산으로', '가이요새 섬', '송화루', '바다로 돌아가다'의 다섯 편이 더 있다. 나는 전체가 '동토의 여행자' 한편으로 구성된 줄로 알았다. 속았다는 느낌이 들기는 했다. 이전에 본 <개를 기르다>도 단편을 모은 것이었는데.
아무튼 스토리 작가의 이름이 없지만 아마도 원작은 따로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원작을 다니구치 자신이 각색한 것으로 보인다. 각 편이 단편으로 끝나기에는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니구치 지로의 역량이라면 충분히 장편을 그릴 수도 있을 텐데. 스토리 작가와의 협업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동토의 여행자>에서 '동토의 여행자'가 미국의 소설가인 잭 런던의 작품 중에서 발표되지 못한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는데 확인하지는 못했다. 다만 잭 런던이 조선을 여행하고 조선 사람을 엄청 폄하했던 작자라는 것만 알았다.
미국의 작가 잭 런던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었는데, 나무위키에 보니 그가 조선을 여행하고 조선인에 대한 인종차별적 기록을 남긴 것을 보니 기분이 좋지 않다. 작가라는 사람이 잠깐 동안의 여행을 통해 본 것으로 그런 식의 기록을 남기다니. 아무튼 다니구치 지로가 잭 런던이 조선을 폄하한 작자라는 것을 알았을 것 같지는 않다. '하얀 황야'도 잭 런던의 <하얀 이빨> 제1장을 재구성한 것이라고 되어 있다. 이 이외에 다른 네 편의 원작은 나와 있지 않다. 적어도 '산으로'와 '바다로 돌아가다'의 경우에는 원작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확인하지는 않았다.
이런 만화의 원작이 있던지 없던지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사실 잭 런던의 소설이 원작이라는 것이 문제 될 것도 없고. 잭 런던이라는 작가와 그의 작품 자체를 동일시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작가 잭 런던이 조선을 폄하한 고약한 작자라고 해도 아무튼 내게는 '동토의 그림자'와 '하얀 황야'가 다니구치 지로의 작품이라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의 그림이라면 누구의 원작이던 스토리 작가가 누구이던 상관이 없다. 다니구치 지로가 좀 더 오래 살아서 더 많은 작품을 남겼으면 좋았을 텐데. 혹시 다니구치 지로도 한국을 폄하한 적이 있나? 아직까지는 그런 말을 들어 본 적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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