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

(책) 임꺽정

지족재 2024. 4. 10. 15:27

(책) 임꺽정(홍명희, 사계절)

 

내가 가진 책 <임꺽정>은 2011년에 발행된 4판 4쇄로 10권짜리이다. 1948년에 남북한 회의차 북한으로 갔다가 북한에 잔류했다는 소설가 홍명희의 작품이다. 판권지를 보니 1985년에 1판 1쇄가 발행되었다. 꽤나 많은 사람들이 읽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홍길동과 함께 임꺽정을 모를 리 없다는 생각이 든다. 임꺽정은 조선시대 명종 때의 유명인으로 전국을 무대로 한 도둑패의 우두머리이다. 의적(義賊)으로 알려진 임꺽정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그동안 여러 차례 읽어 보려고 했지만, 내내 실패했다가 결국은 은퇴해서 10권을 다 읽어보게 되었다.    

 

홍명희의 이 소설은 1928년부터 10여 년에 걸쳐 조선일보에 연재된 신문소설이자 대하역사소설이다. 1928년이면 거의 100년 전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완결되지 못한 채 끝났다. 홍명희가 집필 중에 사망해서 완결되지 못한 것은 아니고, 다른 사정이 있었다. 요즘 같으면 계약 위반인데. 아무튼 어떻게 보면 이 소설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완결되지 않아 아쉽다. 정사에서는 임꺽정이 결국에는 관군에 붙잡혀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꺽정>에서 임꺽정의 이러한 최후를 어떻게 그렸을지 무척 궁금했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부분을 완결 짓지 못하고 끝내다니.  

 

홍명희도 진작에 사망했으니 이 소설은 영원히 미완결로 남게 되었다. 북한에 있다는 그 손자도 유명한 소설가라고 하던데, 손자가 이어받아 완성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기는 한다. 하지만 홍명희의 스타일을 따라 하는 것이 너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임꺽정>을 재미있게 읽기는 했다. 이 소설에서 임꺽정이라는 인물은 의적이라는 캐릭터와는 거리가 있는 것 같다. 어쩌다 임꺽정이 의적의 대명사로 알려졌는지 모르겠다. 그가 의적이었다는 역사적 평가는 전혀 없던 것으로 알고 있다. 비록 야사에서는 그렇게 그려졌는지 몰라도.

 

정사와 야사를 적절히 섞고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임꺽정이라는 인물을 그려낸 홍명희의 <임꺽정>에서도 임꺽정은 의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잘못 읽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 10권을 한꺼번에 다 읽은 내 생각으로는 <임꺽정>에서 임꺽정은 의적이 아니라 그저 거대한 조직 도둑패의 우두머리일 뿐이다. 살인과 방화를 일삼은 그는 오늘날의 시각으로 봐도 결코 사형을 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가 자기 도둑패의 일원은 잘 보살폈는지 모르지만, 도둑패의 일원이 아닌 일반인을 구제하는 모습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이 소설을 다시 한번 찬찬히 읽으면 그런 모습을 볼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 소설을 다시 읽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분량도 분량이지만, 그 뜻을 모르는 어휘가 너무 많다. 소설에서 나 같은 사람을 위해 친절하게 뜻풀이를 해 놓기는 했지만, 평소 잘 쓰는 어휘가 아니어서 그런지 그 의미를 곧바로 깨닫는 것이 어려웠다. 임꺽정이 살던 그 시대에 있을 법한 거의 모든 삶의 방식을 기록하고 있다 보니, 그것과 관련된 전문적 어휘도 꽤 많다. 이 소설 10권의 뒷부분에서 그리고 이 소설을 안내하는 별도의 책 <조선의 임꺽정 다시 날다>에서 이런 어휘들만 따로 모아 제시하고 있는데, 그 양이 상당하다.

 

이런 어휘에 익숙하지 않은 나 같은 사람들이 이 소설을 제대로 읽는 것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 소설이 연재되던 그 시대 사람들은 이 소설을 쉽게 읽을 수 있었을까? 어쩐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이 소설은 임꺽정이 살던 그 조선 시대의 정치 상황은 말할 것도 없고 사회. 문화. 지리적 풍경도 정확하고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고 한다. 그것은 홍명희의 박학다식이 만들어 낸 성과라고 한다. 홍명희가 이 소설의 집필을 위해 기울인 노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무튼 <임꺽정>은 문학적 가치가 충만한 미완의 소설로 충분히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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