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

(만화) 방랑의 미식가, 돌아온 방랑의 미식가

지족재 2024. 4. 2. 19:22

(만화) 방랑의 미식가, 돌아온 방랑의 미식가(구스미 마사유키 글, 츠치야마 시게루 그림, 박정임 역, 이숲)

 

내가 가진 책은 2015년 6월에 발행된 한국어 번역본 1판 1쇄 <방랑의 미식가>와 2015년 12월에 발행된 한국어 번역본 1판 1쇄 <돌아온 방랑의 미식가>이다. 구스미 마사유키의 미식가 시리즈 2탄이라고 할 수 있다. 전작인 <고독한 미식가 1, 2>에서는 무역업을 하는 독신의 중년남자 이노가시라 고로가 주인공이고, <방랑의 미식가 1, 2>에서는 정년퇴직한 60세의 가스미 타케시가 주인공이다. 이노가시라 고로는 술을 마시지 못하지만, 가스미 타케시는 술을 상당히 즐긴다. 일어 원판에서는 모두 グルメ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것을 '미식가( )로 번역하고 있다. 

 

グルメ는 gourmet일 것이다. 그러니 미식가 또는 식도락가라고 할 수 있다. 미식가라고 하면 좀 고상해 보이고, 식도락가라고 하면 그보다는 좀 못해 보인다. 아닌가? 아무렴 어떤가? '방랑의 미식가'의 일어 제목은 '野武士のグルメ'이다. 일어사전에서 野武士를 찾아보니 '산야에 숨어서 패잔병 등의 무기를 탈취하기도 하던 무사나 토민()의 무리'라고 되어 있다. 가스미 마사유키가 왜 野武士라고 했는지 궁금하다. 정년퇴직했으니 '산야에 숨어있다'라고 한 것일까? 그런데 주인공 가스미 타케시가 혼자서 식사하는 것을 '무사가  패잔병 등의 무기를 탈취하는 것'으로 볼 수 있나? 좀 어색한데.

 

아무튼 상관은 없다. <방랑의 미식가 1, 2>에서도 주인공은 혼밥(그리고 '혼술')을 하고 있다. <고독한 미식가 1, 2>의 주인공 이노가시라 고로는 술을 마시지 못해 힘들어 하지만, <방랑의 미식가 1, 2>의 주인공 가스미 타케시는 술을 즐겁게 마시고 있다. <고독한 미식가 1, 2>의 그림은 다니구치 지로의 작품이지만, <방랑의 미식가 1, 2>의 그림은 츠치야마 시게루의 작품이다. 다니구치 지로가 이어서 계속 그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일어판이 나온 2014~2015년에는 혹시 2017년에 사망한 다니구치 지로가 와병 중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츠치야마 시게루의 그림이 나쁜 것은 절대로 아니다. 단지 <고독한 미식가 1, 2>의 그림이 다니구치 지로의 작품이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해 본 것이다. 특히 <고독한 미식가 1>에서 가스미 마사유키는 '가마이시의 돌 틈에 핀 벚꽃'이라는 후기를 적고 있다. 그런데 그것이 바로 <방랑의 미식가 1>에서 '가마이시의 바위틈에 핀 벚꽃'이라는 만화로 만들어진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어쩌면 다니구치 지로가 아프지 않았다면 이 작품에서 그림을 맡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방랑의 미식가 1, 2>에서 츠치야마 시게루의 그림도 충분히 훌륭하다. 

 

은퇴한 내 입장에서 보면 나는 <방랑의 미식가 1, 2>의 주인공 가스미 타케시에 가깝다. 은퇴했다는 점에서만 그렇다. 일본에서는 식당에서 혼밥을 해도 이상하지 않고, 한국에서도 식당에서 혼밥을 하는 사람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나는 식당에서 혼밥을 하는 것이 여전히 어색하다. 식탐이야 있지만, 혼자서 맛집을 찾아다닌 적은 없는 것 같다. 식당에서 혼밥을 한 적이 없지는 않지만, 아마 열 번은 넘기지 못할 것 같다. 물론 식당이 아니고 집에서 또는 숙소에서 혼밥을 한 경우는 셀 수 없이 많다. 테이크 아웃을 해 와서 집에서 또는 숙소에서 편하게 먹는 것이 내 스타일이다. 

 

식당에서 혼밥을 별로 못해 보긴 했지만, 앞으로도 식당에서 혼밥을 해 볼 생각은 없다. 왠지 처량해 보이고 궁상맞아 보이지 않나 하는 걱정이 앞서서. 양 사장이나 김 원장이 들으면 대로할 일이지만. 아무튼 나는 그렇다. 이노가시라 고로나 가스미 타케시의 혼합 여정이 부럽지 않은 것은 아니다. 식당에서 혼밥을 하는 사람을 본 적이 많이 있다. 그렇다고 내가 그 사람이 처량하다거나 궁상맞다고 생각하지는 않은 것 같다. 관심이 없거나 "사정이 있으니 혼자서 식사하는 것이 아니겠는가?"라고 생각했었다. 양 사장이나 김 원장처럼. 그런데 왜 나 자신이 혼밥을 하면 처량하거나 궁상맞아 보일 것이라고 생각할까? 이율배반적( 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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