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

(만화) 개를 기르다

지족재 2024. 3. 28. 15:25

(만화) 개를 기르다(다니구치 지로 저, 박숙경 역, 청년사)

 

내가 가진 것은 한국어 번역본으로 2007년에 발행된 초판 6쇄이다. 2005년에 초판 1쇄가 발행된 것을 보면 꽤 많이 팔린 것 같다. 국내에 다니구치 지로의 팬이 많아서 그런 것이 아닐까? 일본어 원판은 1992년에 출판된 것으로 되어 있다. <개를 기르다>는 장편이 아니고 단편이다. 별생각 없이 이 만화를 샀을 때 <개를 기르다>가 단편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 단행본의 제목은 <개를 기르다>이지만, 이 안에는 서로 다른 단편이 5편이나 있고, <개를 기르다>는 그중의 하나이다. 다니구치 지로가 실제로 기르던 개의 죽음을 작품화한 것이다.

 

<그리고... 고양이를 기르다>는 그 개가 죽고 나서 기르게 된 고양이에 관한 것이다. <마당의 풍경>과 <세 사람이 보낸 날들>에도 개와 고양이가 등장하지만, <약속의 땅>은 완전히 다른 분야인 등산 관련 만화이다. <세 사람이 보낸 날들>에 등장하는 고양이는 만화의 주인공이 아니다. 그냥 만화를 구성하는 소품 정도이다. 굳이 <개를 키우다>라는 제목의 책에 <약속의 땅>과 <세 사람이 보낸 날들>을 포함시킬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다니구치 지로가 개와 고양이를 작품의 주인공으로 한 것은 앞의 세 편이 전부인 것 같다.  

 

나는 개를 기른 적도 없고 앞으로 기를 생각도 없다. 고양이 역시 기른 적이 없고 앞으로도 기를 생각이 없다. 딱히 개나 고양이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요즘에는 개나 고양이를 집안에서 주로 기르는 것 같다. 마당이 있는 집이 아니라면 그럴 수밖에 없지 않을까? 집안에서 개나 고양이를 기르면 하루에도 여러 번 청소를 해야 할 것 같다. 개털과 고양이털을 치우려면. 그 밖에도 신경 써야 할 일이 꽤나 많을 것 같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그런 일을 절대로 하지 못할 것 같다. 오래전에 집에 햄스터 한 마리가 있었는데 그것을 돌보는 것도 힘들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집에서 기르던 개나 고양이가 죽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도 개나 고양이를 기르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개나 고양이의 죽음이 안타깝기는 하겠지만, 결국은 그 사체를 어떻게든 처리해야 한다. 나는 그런 일을 해 본 적이 없고, 하고 싶지도 않고, 또 할 줄도 모른다. 그러니 어떻게 개나 고양이를 기르겠는가? 우리나라에 개나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고 한다. 그런 만큼 죽는 개와 고양이도 많을 것 아닌가? 그 사체가 다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매장하나? 화장하나? 동물 화장장이 있다고 들은 것 같기는 한데.

 

<개를 기르다>에서 집에서 기르는 개의 죽음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들개와 들고양이들은 죽으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기르다가 내다 버린 개들이 많다고 들었다. 들고양이는 원래 많은 것 같기도 하고. 집에서 기르던 개나 고양이가 죽으면 슬퍼하고 애달파하는 주인들이 있지만, 들개와 들고양이의 죽음은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다. 어디서 어떻게 죽는지도 모른다. 그 사체가 어딘가에서 아무도 모르게 썩고 있을 것이다. 사실 수많은 야생동물들도 그렇게 죽지 않던가? 그러고 보면 주인 곁에서 죽는 개나 고양이 팔자는 그다지 나쁜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