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3차 오키나와 여행 - 3일 차 (1) (2023년 2월 12일)

지족재 2023. 2. 18. 15:06

3차 오키나와 여행 - 3일 차 (1) (2023년 2월 12일)

 

아침 산책 및 식사

 

알람이 울리기 전에 일어났다. 5시 50분이다. 밤 사이 한 두 번 눈을 떴다. 따뜻한 나라이기는 하지만 침대가 따뜻하지는 않다. 핫팩을 가져왔으면 좋았을 것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오키나와 가는데 핫팩을 가져가는 것은 좀 오버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다음에 다시 가게 되면 핫팩을 몇 개 가져가야겠다. 피곤이 확 풀릴 것 같다. 6시에 혈압약과 고지혈약을 먼저 먹었다. 잊으면 안 되니까. 반신욕을 해야 하는데 그럴 여유는 없을 것 같다. 해변 쪽으로 사우나가 있는데 이용하지는 않았다. 사람 많은 곳은 질색이라서. 

 

7시에 아침 산책에 나섰다. 8시 약속이니 한 시간이나 남아 있다. 운동삼아 숙소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가. 다니는 차가 거의 없다. 이른 시간이 아니어도 숙소에 오는 차를 제외하고는 교통량이 그리 많지 않은 곳 같다. 오른쪽으로 걸어 올라가 보았다. 숙소의 경계가 끝나는 지점이다. 왼쪽에 무슨 시설인가 있다. 그다지 궁금하지 않다. 그쯤 가다가 되돌아와서 해변으로 나섰다. 서너 명이 해변에 있다. 어제는 한 명도 없었는데. 문 닫은 가게의 의자에 앉아 바다를 보다가 방으로 돌아왔다. 7시 45분쯤 되었다.

 

8시에 모두 만나 아침 식사를 하러 갔다. 오늘도 역시 surf side cafe. 8명이 모두 앉을자리가 없어 두 테이블에 네 명씩 나누어 앉았다. Y, C, K(1) 선생과 같이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좋은 시간을 가졌다. 나의 아침 식사 메뉴는 어제와 같다. 빵을 안 먹는 것은 아니지만 아침부터 빵을 먹고 싶지는 않았다. 오믈렛, 온천 달걀, 낫도, 흰밥, 단호박 한 조각, 사과 주스 한 잔, 커피 한 잔, 미소. 어제는 가다랑어와 미소를 넣어 직접 만들어 주더니 오늘은 그 메뉴가 없다고 한다. 할 수 없이 아무것도 첨가되지 않은 미소국을 가져왔다. 아이스크림으로 식사를 마무리하고 방으로 돌아오니 10시쯤 되었다. 

 

하트 바위

 

10시 40분에 출발했다. 오늘의 첫 목적지는 하트 바위라고 한다. 오늘도 역시 기사는 K(1) 선생이고, 조수는 C 선생이다. 미츠비시 승합차에 8명이 같이 타고 간다. 한 차로 움직이는 것이 편하다. 하트 바위라고 했으니 그런 모양의 바위가 있는 곳일 것이다. 처음 가 보는 곳이다. 차 안에서도 내내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중요한 이야기도 있고 아닌 것도 있고. 학술적인 이야기도 있고 아닌 것도 있고. 옛날이야기도 있고 아닌 것도 있고. 바깥을 보니 어쩐지 아는 동네를 지나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9년 전에도 이 길을 간 것 같다. 야구장을 보니.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 선수들이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세히 안 봐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9년 전에는 틀림없지 한국 선수들이 있었다. 섬을 지나가는데 이름이 '오지마'라고 한다. 오지 말라니. 한국어로 들으면 섬 이름이 고약하다. 아무튼 오지마 섬과 야가지 섬을 지나 고우리 대교를 건넜다. 9년 전에 왔던 그 대교이다. 다리 이쪽 끝과 저쪽 끝에 주차장이 있다. 9년 전에 다리 중간에 차를 세우고 구경하는 사람을 봤었다. 한국 사람이 아니기를 빌었다. 이번에는 그런 사람이 없었다.

 

편도 1차 선인데 한 차선을 막고 주차를 하다니, 지금 생각해도 그때 그 사람은 이상한 사람이다. 그때는 길을 잘못 들어 고우리 타워에 가게 되었다. 원래 그곳에 가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가다 보니 그리로 가게 되었다. 조개껍질을 잔뜩 구경하고 나니 카스텔라와 초콜릿을 파는 곳으로 나가게 되어 있었다. 마음이 불편했던 기억이 있다. 다행히 이번에는 그쪽이 아니다. 다리를 건너 왼쪽으로 진행해서 목적지에 도착했다. 운전을 하지 않으니 어디쯤 인지도 모르겠다. 고우리 섬 안에 있는 곳이기는 하지만. 주차비가 100엔이라고 한다. 자율적으로 100엔을 항아리에 넣으면 된다. 

 

주차장에 차가 제법 많다. 많이 알려진 곳으로 보인다. 차에서 내리니 해가 뜨겁고 덥다. 이럴 줄 몰랐는데. 가을 양복 상의를 벗어도 여전히 덥다. 길 따라 내려갔다. 우리처럼 이제 내려가는 사람도 있고, 구경을 마치고 올라오는 사람도 있다. 좁은 길을 따라 내려가 해변에 도착했다. 하트 바위가 보였다. 그런 이름을 붙이기에 무난한 바위이다. 모두들 인증 사진을 찍고 있다. 사람들이 찍히지 않도록 시간을 잘 봐서 나도 인증 사진을 찍었다. K(1) 선생이 신을 벗고 바다에 발을 담그고 왔다. 확실한 추억을 남기기 위해. 나는 더워서 그늘을 찾아 앉았다. 

 

하트 바위 - 그런 이름을 붙일 정도는 된다.

혹시나 바다뱀이 올라와 있지나 않을까 주위를 살펴봤다. 구멍이 있는 바위라 뭐라도 숨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닌 게 아니라 K(3) 선생이 도마뱀을 봤다며 영상을 보여 주었다. 얄궂게 생긴 녀석이 바위틈에서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뱀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오키나와에는 하브라는 독사와 이라부라는 바다뱀이 있다. 이라부도 맹독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다. 오키나와 사람들이 먹는다는 이라부 탕도 있다고 하고. 다른 사람들의 환상을 깰 것 같아서 바다뱀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나는 계속해서 신경을 쓰고 있었지만. 다행히 바다뱀은 못 봤고 모기는 많이 봤다. 

 

모기는 있었지만, 바다뱀은 없었다. 괜한 걱정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