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3차 오키나와 여행 - 2일 차 (3) (2023년 2월 11일)

지족재 2023. 2. 17. 17:41

3차 오키나와 여행 - 2일 차 (3) (2023년 2월 11일)

 

석첩(いしだたみ, 石畳)

 

부쿠부쿠 찻집에서 C 선생과 K(1) 선생이 L(1) 선생을 pick up 하기 위해 공항으로 떠났다. 남은 사람들은 수리성 근처에 유명한 길이 있다고 해서 그곳을 걷다가 적당한 곳에서 공항팀과 합류하기로 했다. 3시 50분에 찻집을 나와 그 길을 찾아갔다. 기분 좋은 바람이 불었다. 10여분 후에 그 길에 도착했다. 찻집이 수리성 근처라는 것을 비로소 알았다. 수리성은 화재로 수리 중이라는 말을 들어서 이번 여행 일정에 넣지 않았다. 나는 별생각 없이 따라와서 그 길이 돌담길인 줄 알았다. 돌담이 없는 것은 아닌데, 바닥이 돌로 포장되어 있다. 구멍이 숭숭 난 돌이다. 화산암으로 보인다. 

 

한자로는 石畳이라고 적고 이시다다미(いしだたみ)로 읽는다고 한다. 돌로 된 '다다미'라는 의미로 그렇게 부른 것 같다. 다다미라면 일본집에서 볼 수 있는 그것 아닌가. 습기가 많아서 사용했다고 하던가. 우리는 그런 길을 어떻게 부르는지 모르겠다. 돌길이라고 해야 하는지? 아무튼 돌로 포장한 길이다. 원래 류쿠왕국 시대의 길이었는지 아니면 최근에 만든 길인지 잘 모르겠다. 길 주변에 민가가 붙어 있는 것을 보면 류큐왕국 시대의 길로 보이지 않는다. 그다지 오래되지 않은 과거에 만든 것으로 보인다. 그냥 골목길 하나를 류큐왕국풍으로 만들기 위해 돌로 포장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왼쪽 표석에 '일본의 길 100선'이라고 적혀 있다.

'일본의 길 100선'이라는 기념석이 있고 그 밑에 '소화 62'라고 되어 있다. 소화 62년이면 1987년이다. 그때 이 길을 만들었다는 것인지 아니면 그때 일본의 길 100 선에  선정되었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전자 같기도 하고 후자 같기도 하고. 전체가 내리막 길이다. 반대로 오는 사람은 오르막 길이겠지만. 완만한 내리막이라기보다는 경사가 좀 있는 편이다. 그래서 걸어서 내려가기가 쉽지는 않다. 오늘따라 좀 덥다. 가을 복장으로 왔는데 하필이면 여름 날씨이다. 눈으로만 보면 아름다운 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보기 좋은 길이 걷기 좋은 길은 아닌 것 같다. 힘들게 걸어서 내려갔다. 

 

이따금 계단이 나오는데, 계단 하나하나에도 경사가 있다. 그전에 수리성 계단도 그렇게 되어 있었다. 그때는 적이 성을 공격하기 어렵도록 그렇게 만들었다는 말을 들었던 것 같다. 이 길의 계단은 분명히 수리성 계단을 흉내 낸 것으로 보인다. 이 길도 적이 공격하기 어렵게 만들기 위해서 그렇게 했을까? 그런 생각보다는 그저 빗물이 잘 흘러내리도록 하기 위해 그렇게 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걷는 사람은 힘들다. 비라도 오면 틀림없이 미끄러질 것 같다. 잔뜩 긴장해서 앞을 잘 보고 내려왔다. 다음에 오게 된다면 걸어 올라가는 쪽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단이 없는 곳에서는 길과 붙어 있는 민가의 차들이 다닐 수 있는 것 같다. 교행은 물론 안 되고 차 한 대가 겨우 다닐 정도이다. 길에 붙은 민가는 몇 개 안 된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이 많지 않으니 이따금 차가 다녀도 붐빌 일이 없을 것 같다. 늦은 시간이라서 그런지 구경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았다. 구경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좁은 길에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다가 사고라도 나면 큰일이 아닌가? 그렇게 이시다다미를 구경하고 C 선생이 오기를 기다렸다. 4시 30분쯤에 성공적으로 만나 나고에 있는 이온몰로 향했다.   

 

보기 좋은 길이지만 걷기 좋은 길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