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해지지만 않는다면 괜찮은 인생이야(세스, 애니 북스)
저자 이름이 세스이다. 세스는 필명이고 본명은 그레고리 갤런트(G. Gallant)라고 한다. 캐나다 출신의 만화가라고 하는데 나는 잘 모르는 사람이다. 원본은 2004년에 발행된 것 같은데, 한국어판은 2012년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냥 제목이 마음에 들어 산 책이다. It's a good life, if you don't weaken. 뭔가 시사하는 바가 있는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긴 제목만 보고, 비록 힘들게 살더라도, 마음이던 몸이던 약해지지만 않으면, 그 인생도 나름대로 괜찮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뭔가 그런 내용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만화를 아무리 봐도 왜 그런 제목을 붙였는지 모르겠다. 내용은 단지 세스가 Kalo라는 만화가를 찾는 여정이다. 그가 찾는 Kalo가 유명한 만화가도 아니다. 단지 세스 자신이 Kalo 화풍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가 누구인지 궁금해서 찾고 있을 뿐이다. 세스는 책 뒤에 부록처럼 자신이 찾아낸 Kalo의 한두 컷짜리 만화 몇 개를 수록하고 있다. 내게는 그렇게 인상적인 그림으로 보이지 않는다. 아무튼 세스가 Kalo를 찾는 것과 '약해지지만 않는다면 괜찮은 인생이야'가 무슨 상관이 있다는 것인지. Kalo를 찾는 일이 어려웠는데 포기하지 않고 확인했으니까 괜찮은 인생이라는 것인가?
만화에 보면 세스 자신의 이야기가 나온다. "인간들이 싫다... 딴지 거는 게 취미라 부러 문제를 일으키는 것들... 제일 짜증 나는 것은 단 한 번도 제대로 반격해 본 적 없는 나란 인간이다. 재치 있게 잘 받아치는 사람들도 있건만." 또 유명한 만화 <피너츠>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정면으로 승부 보는 게 싫어. 그런 땐 그냥 피하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 도망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거나 복잡한 문제란 없거든."을 인용하여 "그게 바로 나다. 나야말로 도피주의의 진정한 숭배자다."라고 하고 있다. 그렇게 살아도 약해지지만 않는다면 괜찮은 인생이라는 것인가? 어렵네.
'만화·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후루야 미츠토시 ≪바 - 레몬 하트 36≫ 만화 (0) | 2022.07.06 |
---|---|
김산환 ≪나는 알래스카를 여행한다≫ 책 (0) | 2022.06.30 |
이브 코아 ≪고래의 삶과 죽음≫ 책 (0) | 2022.06.14 |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체르노빌의 목소리≫ 책 (0) | 2022.06.06 |
장 피에르 드레주 ≪실크 로드, 사막을 넘은 모험자들≫ 책 (0) | 2022.05.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