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일

늙어 가다(75)

지족재 2017. 5. 21. 00:52

늙어 가다(75)


어제 종로 3가에서 친구들과 만나기로 했다. 약속 장소에 가기 위해 5시 10분쯤 마을 버스를 탔다. 정류장에 도착하기 전에 버스가 떠나려고 해서 손을 들고 세웠다. 다행이다. 빈 자리도 있다. 빈 자리가 있는지 찾는 나이가 되었다. 이제는 앉아서 가고 싶다. 버스가 나쁜 것인지 운전이 난폭한 것인지 정류장이 많아서 그런 것인지 속이 울렁거렸다. 작전역에서 내려 인천 지하철을 탔다. 탈 때마다 생각하지만, 환승이라는 아이디어는 참 대단하다. 오래 기다리지 않아 열차도 왔고, 빈자리도 있다. 계양 역에서 내려 공항 철도를 기다렸다. 사람들이 많다. 퇴근 시간이라서. 열차는 곧 왔지만 빈 자리가 없다. 꼼짝없이 서서 갔다. 다리가 좀 아프기는 한 데. 한강을 건널 때보니 한가롭게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텐트까지 쳐 놓고 있다. 늘 그렇게 낚시를 한 것인지. 좀 부럽다. 강가에서 나름 괜찮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건강하다면 혼자 시간을 보내는 괜찮은 방법같아 보인다. 공덕 역인가. 서울 역을 앞 두고 자리가 났다. 한 정거장이지만 앉아서 갔다. 서울 역에서 내려 1호선을 타러 갔다. 사람들이 많아 에스컬레이터를 못타고 계단을 이용했다. 다리가 고생했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서 1호선 서울 역에 도착했다. 여전히 사람들이 많다. 종각 역에서 자리가 났다. 다음 역에서 내려야 하는데...   종로 3가 역에서 내려 15번 출구로 나갔다. 6시 반쯤 되었다. 웬 사람들이 그리 많은지. 


1등이다. 양 사장이 항상 예약해 두어 편하다. 카톡으로 위치를 물었다. 김 원장이 여의도를 지난다고 하고, 길 선생은 서울역이라고 한다. 양 사장은 답이 없다. 다 왔다는 뜻이다. 역시 양 사장이 2등으로 곧 들어 왔다. 도착 카톡을 보내고 소주 1명, 맥주 1병을 시켰다. 양 사장은 소맥 1잔, 나는 맥주 1잔. 음식은 두 사람이 온 다음에 시키기로 했다. 양 사장이 아들 소식을 전했다. 호주에서 꽤 괜찮은 사업을 하고 있다. 스케일이 양 사장보다 크다고 말해 주었다. 사실이니까. 양 사장 부인을 닮았다. 양 사장도 인정한다. 입이 귀에 걸렸다. 아들이 잘 하고 있는데 어찌 안 좋을까? 나도 기쁘다. 호주 구경하러 가자고 했다. 그러는 사이에 김 원장이 들어 왔다. 예상대로 3등. 말쑥하게 하고 왔다. 오늘 학부형 면담이 있었다고 한다. 잘 했다고 했다. 그렇게 하고 다니라고. 그래도 원장님이니까. 소맥 1잔 추가. 그 사이에 길 선생도 도착했다. 아무래도 수원이라 오래 걸린다. 길 선생은 소주 1잔.  


김 원장이 주문을 했다. 김 원장이 감성돔을 시켰다. 넷이 만나 감성돔을 먹은 적이 없다. 나름 미식가인 김 원장이 선택한 것이다. 양 사장 아들 이야기를 한참  했다. 우리는 그 아들이 태어날 때부터 봤다. 양 사장을 닮아 기골이 장대하다.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왔지만 한국에서는 마당한 일을 찾지 못하고, 양 사장 밑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뜻한 바 있어 몇 년전에 호주로 갔다. 그러더니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 양 사장의 근심을 덜어 주더니, 이제는 양 사장의 자랑 거리가 되었다. 모두가 기쁜 마음으로 축하했다. 기분이 좋아진 양 사장이 오늘 계산을 한다고 선언했다. 양 사장 아들 이야기를 한참 하다가 대형 교회의 문제점으로 대화가 옮겨 갔다. 양 사장이 대형 교회 목사님이 빈민 구제에는 눈 감고, 한 끼 4~5만원짜리 식사를 할 수 있냐고 열을 올린다. 어떤 목사님이 그러는 것을 봤는지 모르겠지만,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대형 교회라면 사회 문제에 좀더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 특히 빈민 구제에. 그렇게 또 한참을 성토하다가 인간의 생로병사로 대화가 옮겨 갔다. 누구나 가는 길. 어떻게 가느냐가 문제이다. 길 선생 부친, 양 사장 모친이 모두 요양원에 계시고, 나 역시 어머니가 그 길을 가기 시작했다. 현재는 집에 계시지만. 그런 이야기 끝에 다시 공동체 이야기가 나왔다. 프랑스에 한국인이 30년전에 세운 공동체가 있다고 한다. 자유롭게 살고, 사유 재산이 없고...


그렇게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새 9시 10분. 그래서 일어나기로 했다. 12층의 노래방으로 갔다. 늘 신곡을 가져 오라고 했지만, 오늘도 새로운 노래는 없었다. 편지, 연, 사랑 2, 고래 사냥, 찔레꽃, 하숙생, 짝사랑, 돌아와요 부산항에, 천년을 빌려준다면, 고장난 벽시계. 그렇게 부르다 보니 예정된 한 시간이 지났다. 아쉽지만 멀리 가야해서 일어났다. 6월말이나 7월초에 만나기로 했다. 연락은 양 사장이 하는 것으로 했다. 5호선을 타야하는 김 원장을 먼저 보내고, 셋은 1호선 지하철 역으로 내려갔다. 나와 길 선생은 서울역으로 가야하고, 양 사장은 청량리쪽으로 가야해서 거기서 헤어졌다. 길 선생과 공동의 관심사를 이야기 하다가 서울역에서 내렸다. 나는 공항철도를 타야하고, 길 선생은 기차를 타야해서 거기서 헤어졌다. 길 선생은 적어도 1년 반, 나는 적어도 1년을 더 뒷받침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도 은퇴하면 연금을 받을 수 있다면서 서로를 위로했다. 


공항철도를 탔다. 빈 자리가 있어 다행이다. 서울역에서 한참을 걸어 와서 앉고 싶었다. 양 사장이 귀가했다는 카톡이 왔다. 길 선생은 수원행 기차에 탔다는 카톡이 왔다. 나는 공항철도를 탔다는 카톡을 보냈다. 도중에 사람들이 많이 탔다. 눈을 감고 쉬면서 계양 역까지 편하게 왔다. 가끔씩 카톡이 와서 눈을 떠 보면 주위 사람들이 모두 저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고 있다. 그렇게 봐야 하는 것들이 많은 것인지. 계양 역에서 인천 지하철을 타고 작전 역에서 내려, 다시 마을 버스를 탔다. 집에 도착하니 11시 55분. 귀가 카톡을 보냈다. 얼마 안 있어 김 원장이 귀가 카톡을 보내 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길 선생이 12시 17분에 귀가했다는 카톡을 보냈다. 편한 친구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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