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일

늙어 가다(74)

지족재 2017. 5. 17. 02:10

늙어 가다(74)


늦은 시간에 대학원생의 보고서를 읽고 있다. 어디까지 고쳐주어야 하나? 첨삭해 준 것 이상으로는 손도 대지 않았다. 무슨 생각일까? 내가 알아서 고쳐주려니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그냥 내버려 둘까? 졸업해서 나가던지 말던지 그냥 내버려 둘까? 오랫동안 연락도 없던 대학원생이다. 이제 내 정년도 얼마 남지 않아 정년 전에 어떻게든 졸업시키려고 그래서 내가 먼저 연락했다. 들고 온 주제가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냥 진행하기로 했다. 일부는 수정해 주고, 그리고 수정 방향을 구체적으로 적어 주었건만, 수정해 준 것을 다시 고쳐 쓴 것 이외에는 거의 그냥 그대로  들고 왔다. 불쑥 불쑥 화가 나는데 참고 있다. 정년을 앞 두고 마음이 약해져서 참고 또 참고 있다. 또 몇 쪽을 고쳤다. 지워 버린 게 반, 그리고 그 반은 새로 만들어 넣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 하는지. 그냥 화내고 야단치고 그래 버릴까 하는 마음이 목까지 올라 왔다. 그렇게 할꺼면 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해 주고 싶다. ... 사실 거의 십년 전쯤에 그래 본 적이 있다. 그런데 그 뒤로 그 학생이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라고 한 것은 아니었는데...  반 년정도 늦추어 졸업시키려고 했는데.... 그 동안 문자를 여러 번 보냈는데도 연락이 없다. 또 그런 일이 생길까 참고 또 참고 있다. 수없이 글을 고쳐가면서...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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