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친구 모임(2016년 10월 22일)
이런 저런 일로 정신 없이 지내다가 달포가량 지나 넷이 만났다. 날짜를 조율하다가 토요일로 결정되어 만났다. 다들 바쁘게 살다보니 날짜 정하기도 쉽지 않다. 장소도 이곳 저곳 물색을 했지만, 네 사람만 따로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고, 교통편을 고려하면 종로3가의 그 횟집만한 곳이 없어 그 집에서 만났다. 지난 모임에 지각을 해서 이번에는 일찍 가려고 인천에서 5시에 버스를 탔다. 그런데 롤링이 너무 심해 속이 울렁거렸다. 이대역에서 갈아탄 시내 버스는 롤링이 없어 탈만했다. 사람이 많아 앉지는 못했다. 그전에도 이 길을 다닌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깨닫지 못했다. 서울 시내가 그렇게 많이 달라졌는지. 아현동을 지나는데, 꽤 높은 아파트가 보였다. 저런 것이 언제 생긴 것인지. 내가 기억하는 아현동은 언덕이 많은 그저 그런 동네인데..... 오늘 보니 많이 달라졌다.
광화문에서 교통 체증이 너무 심했다. 무슨 행사가 있는 것 같다.여기 저기 경찰이 차량 진행을 통제하고 있다. 6시 반이나 되어 도착했다. 6시 10분에 1등으로 도착할 거라고 카톡을 돌렸었는데. 이미 양 사장과 김 원장이 도착했다는 카톡이 왔다. 1등 양 사장, 2등 김 원장이라고. 양 사장은 횟집의 카트 AS하러 일찍 왔다고 한다. 자기가 판 것은 아니지만, 자기집 물건이어서 무상으로 AS한 모양이다. 김 원장은 가양역에서 지하철로 6시쯤 도착했다고 한다. 이미 소맥 두 잔째라고.. 내가 도착하고 나서 메인 음식을 주문했다. 맥주 한 잔을 받아서 마시고 있는 중에 길 선생도 도착했다. 지난 모임 때 이 집의 회가 별로 였다는 김 원장의 컴플레인이 있었지만, 다수결에 따라 이 집으로 정했다. 양 사장이 그런 컴플레인을 전달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김 원장이 오늘 음식에는 토를 달지 않았다. 내게는 이런 정도면 아주 괜찮은 수준으로 보였다.
양 사장은 불경기로 힘든 모양이다. 계절적으로는 요새가 호경기라는데, 매출이 뚝 떨어져서 본인 월급도 가져가지 못했다고 했다. 가게를 내놨는데 보러 오는 사람도 없다고 한다. 4백만원이 넘는 임대료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12월 이후로는 가게를 축소한다고 했다. 그래도 같이 있는 두 명의 직원은 그대로 데리고 간다고 했다. 아무쪼록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길 선생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부친의 치매가 심해졌다고 한다. IMF로 부친이 사업을 접어야 했는데, 얼마 안되는 연금 때문에 파산 신청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도 주말 틈틈이 상담 교육을 받으러 다니는 것을 보니 대단하다. 오늘은 실습 시간을 채워야 해서 학생들 인솔해서 어딘가 다녀 왔다고 한다. 김 원장도 힘들텐테 그냥 웃어 넘긴다. 아직은 바둑 교실이 궤도에 오르지 않아 주말에는 잡일이라도 해야 하는 판이다. 하지만 혼자 살아 그런지 태평해 보인다. 친구들은 걱정이 많은데. 그래도 내가 좀 나은 편이다. 이런 저런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세 사람에 비할 바는 못 된다.
그리고는 호주에 있는 양 사장 아들, 며느리 이야기, 미국에 있는 길 선생 딸, 사위, 손주 이야기, 미국에 있는 내 딸 이야기로 한참을 웃고 떠들고 그러다가 일어났다. 김 원장의 신곡을 들으러 노래방에 갔다. 요즘은 만나면 노래방에 들리는 것이 코스가 되었다. 지하 1층의 횟집에서 12층에 있는 노래방으로, 노래방 창문으로 종로의 야경이 들어와서 좋다. 길 선생이 10시 20분에 서울역에서 수원행 기차를 타야해서 1시간 채 못되게 있다가 헤어졌다. 12월 초에 다시 보기로 했다. 내 일정 때문에 12월말에는 보기 어려워서. 12월초에 망년회 겸 만나는 것으로 했다.
돌아오는 길. 시내 버스를 타고 이대역까지는 금방 왔는데 M6118은 19분후에 도착한다고 되어 있다. 의자에 앉아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양 사장, 김 원장, 길 선생 모두 잘 가고 있다는 카톡이 왔다. 그렇게 답장을 하는 사이에 19분이 지나 버스가 도착했다. 앉자 마자 집 사람에게 이대역에서 버스를 탔다는 카톡을 보냈는데, 그만 또 속이 울렁거렸다. 집에 가는 내내 걱정이 되었다. 중간에 내려야 하는 것인지... 사실 지난 번에도 똑같은 경험을 했었다. 그때는 차가 나빠서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마찬가지. 롤링이 너무 심했다. 그렇게 노심초사하며 겨우 겨우 집에 도착했다. 다음에는 꼭 지하철로 가야겠다. 잊지 말아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