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일

늙어 가다 (1003) - 2

지족재 2024. 6. 10. 12:30

늙어 가다 (1003) - 2

 

2024년 6월 10일 오전 11시 40분이 지났다. 오늘은 6.10 만세 운동, 6.10 민주 항쟁이 있던 날이다. 나는 병원에 가야 하는 날이고. 낮 시간에는 폭염이 있을 것 같다는 예보를 보았다. 그래서 그런가 아침부터 더운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7시 20분에 집을 나섰다. 타야 할 버스 번호를 다시 확인해 두었다. 버스 번호가 대체로 기억이 나기는 하지만, 그래도 혹시 잘못 탈까 봐 다시 한번 확인했다. 요즘 기억력이 신통치 않아서.  게다가 탈 수 있는 버스 번호가 8개이다 보니. 그중에서 가장 먼저 오는 버스를 타려면 버스 번호를 기억해 두어야 한다. 다행히 환승 버스는 한 가지뿐이다.

 

환승하기 위해 내렸는데 내가 타려는 버스가 막 떠나고 있다. 급하게 손을 들어 타겠다는 표시를 했다. 기사가 보았는지 한 2미터쯤 가더니 고맙게도 버스를 세워 주었다. 목동을 지나가서 그런가? 버스에 사람이 많다. 나는 앉아서 갔지만 서서 가는 사람들도 좀 있다. 이대목동병원 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타고 내렸다. 7시 40분쯤 병원에 도착했다. 여전히 아픈 사람들이 많다. 무인수납기에서 미리 계산하고 채혈, 채뇨 순서를 기다렸다. 지난달에 신장 수치가 정상 범위를 넘었다고 해서 몇 달 만에 채뇨를 해야 하는 것 같다. 오늘의 채혈은? 무난했다. 

 

채혈과 채뇨를 마치고 바로 X-선 촬영을 했다. 아마 거의 마지막 X-선 검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원래 폐활량이 신통치 않은지라 폐기능이 좋아진 것은 아니지만 요즘 특별히 호흡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오늘의 X-선 검사가 마지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검사를 마치고 고혈압 약을 먹고 8시 15분에 아침 식사를 하러 갔다. 혼자서 밥 먹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고지혈약과 담석증 약을 먹어야 해서 어쩔 수 없었다. 식당에 나이가 나보다도 많을 것 같은 노인 두 사람이 각각 식사를 기다리고 있다. 아마도 나처럼 약을 먹어야 하기 때문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8시 45분에 호흡기 내과에서 대기하다 보니 좀 더웠다. 아이스 아메리카 한잔을 사러 갔다. 좀 비싸기는 하지만 근처에 저가 커피를 파는 곳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 환자복을 입은 채 열심히 운동하는 환자들이 여러 명이다. 항생제와 영양제를 매달고 똑같은 곳을 여러 바퀴 돌고 있다. 일부러 보려고 한 것은 아닌데 보게 된다. 작년의 나는 그 정도도 못 되었던 같다. 침대에 누워서 x-선 검사, CT 검사를 하러 다녔던 생각이 난다. 휠체어를 타고 폐기능 검사도 했었고. 퇴원할 때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족저근막염 같은 증세 때문에. 오래 누워만 있으면 그렇게 된다고 했었다.

 

10시 45분 진료 예정인데 어쩐 일로 1시간이나 앞 당겨졌다. 진료 예약한 사람들이 제시간에 안 온 것인지. 오늘의 진료 결과는? 신장 수치와 고지혈 수치가 정상 범위로 돌아왔다고 한다. 다행이긴 하다만, 수치가 왔다 갔다 해서 아직 안정적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새로 바꾼 고지혈약이 잘 맞는 것 같다고 한다. 두 달 후에 오라고 한다. 그런데 그때 채혈을 통해 암 수치를 살펴보자고 한다. 갑작스럽기는 한데 나이가 좀 있어서 전립선과 방광에 문제가 있을지도 모르니 살펴보자고 한다. 별 다른 자각 증세는 없다고 하니까 자각 증세가 있으면 이미 늦은 것이라고 한다.

 

아무튼 일찍 진료를 마치고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 갔다. 약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다. 병원과 약국에 오면 아픈 사람 천지라는 생각이 든다. 당연히 그럴 리야 없겠지만. 아무튼 두 달치 고지혈약을 받고 정류장에서 마을버스를 기다렸다. 한 2분 정도 기다렸는데 버스가 왔다. 이 마을버스는 운행 대수가 많은가? 오래 기다려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당산역에서 환승하기 위해 내렸다. 환승 버스도 곧 왔다. 3분 정도 기다렸나? 그런데 운전이 좀 난폭하다. 앞에 다른 차가 있는 것을 못 참는 성격인가? 아니면 시간에 쫓겨서 그런 것인가? 2차선에서 앞 차와 추돌하는 줄 알았다. 급하게 3차선으로 꺾으면서 다행히 추돌은 하지 않았다.

 

추돌하는 줄 알았다. 추돌했으면 꼼짝없이 의자에서 튕겨나갈 뻔했다. 시내버스라서 안전벨트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자칫하면 오늘 어딘가 부러졌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이런 버스는 타지 말았어야 했는데. 아무튼 내릴 때까지도 운전이 난폭했다. 싫은데도 불구하고 억지로 운전하는 사람 같았다. 맨 뒷 좌석에 앉아 있다 보니 기사의 얼굴 표정을 볼 수가 없다. 도대체 어떤 표정으로 운전을 하는지 보고 싶기는 한데. 차가 멈춘 다음에 이동하라고 써 붙이면 뭐 하나. 평상시에 좀 얌전하게 운전하면 좋으련만. 아무튼 사고 없이 무사히 내릴 수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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