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고민하는 힘(강상중 저, 이경덕 역, 사계절)
이 책은 재일교포 학자로서, 재일 한국인 최초의 동경대학 교수였던 강상중(1950~)의 인생론이다. 제목이 특이하다. '고민하는 힘'이라니. 성공한 재일교포 학자로서 그의 이름을 들어 알고 있기는 했지만, 사실 나는 강상중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전에 위키피디아(한국어판, 일본어판), 그리고 나무 위키에서 그의 이력을 살펴보았다. 아무튼 재일교포로서 일본에서 성공적인 삶을 영위하고 있지만, 그도 인생에서 힘든 시기를 많이 겪은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을 보면 그가 그런 시기를 그래도 슬기롭게 잘 헤쳐 나왔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는 8가지 질문과 1가지 권고에 대해 '고민하는 힘'을 설명하고 있다. 8가지 질문은 다음과 같다. 나는 누구인가? 돈이 세계의 전부인가? 제대로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청춘은 아름다운가? 믿는 사람은 구원받을 수 있을까?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가? 변하지 않는 사랑이 있을까? 왜 죽어서는 안 되는 것일까? 그리고 1가지 권고는 다음과 같다. 늙어서는 '최강'이 돼라. 사실 고민거리가 이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도 말하고 있지만 고민거리는 사람마다 다 다를 것이다. 아무튼 그는 이런 것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사는' 것이고, '고민하는 힘'이 '살아가는 힘'이라 하고 있다.
이 책의 일본어 판은 2008년에, 그리고 2009년에 한국어 초판 1쇄가 발행되었다. 내가 가진 책은 2010년에 발행된 초판 13쇄이다. 1년 반도 지나지 않는 동안에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읽은 것 같다. '강상중'이라는 이름값도 있었을 것이고, '고민하는 힘'이라는 도발적 제목에 혹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그가 제시한 8가지 질문과 1가지 권고에 대해 내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기도 했다. 나는 그가 했던 만큼의 고민을 하고 있나? 그는 이 책을 57살에 썼다. 하지만 나는 그 나이에 그런 고민을 심각하게 해 본 적이 없다.
사실 67살이 된 지금도 그런 종류의 고민거리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지는 않다. 고민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내게도 수많은 고민거리가 있다. 어떻게 보면 결코 해결되지도 않을 그런 고민거리가 여전히 많이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고민하는 힘'을 읽어도 내 고민거리의 해결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고민의 종류가 다르다 보니. 내 고민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그냥 소소하고 일상적 고민일 뿐이다. 아무튼 나도 이런저런 고민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 그의 말대로 고민하는 것이 사는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고민하는 힘이 살아가는 힘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고민해야 해서 힘들 때가 더 많다. "내가 왜 이런 고민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런 생각이 깊어지면서 속으로 "이제 더 이상 고민하기 싫다."라고 외치지만, 고민을 그만두지 못할 때가 있다. "청춘은 아름다운가?"와 같은 고상한 고민거리로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런 고민을 해 본 적이 없다. 내게도 청춘이 있었지만 이미 가버렸다. 지금은 이미 가버린 청춘을 다시 끄집어낼 만큼 감상적이지 않다. "늙어서는 '최강'이 돼라."와 같은 우아한 고민거리로 시간을 보내고 있지도 않다. '최강 노인' 따위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냥 "적어도 분별없는 노인은 되지 말자."는 마음이 있을 뿐이다.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가?" 나는 잘 먹고살자고 일을 했었다. 그 이상의 가치는 부여하지도 않았고 부여하고 싶지도 않다. 어떤 가치를 부여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남에게 보이기 위한 거짓 가치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먹고살기 위해 일을 하지 않을까? 먹고사는 것 이상의 가치를 부여하면서 일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돈이 세계의 전부인가?" 돈이 세계의 전부일 수는 없을 것이다. 명백히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있지 않은가? '사랑과 결혼'을 돈으로 살 수는 없지 않나? (그런 세계가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기는 하다.) 그래도 돈이 있어야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면, 돈이 세계의 전부는 아니더라도 돈이 세계의 2/3쯤은 되지 않을까?
"왜 죽어서는 안 되는 것일까?" 이 질문은 "자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 나는 이런 고민을 해 본 적이 없다. 자살은 자연스러운 죽음이 아니다. 하지만 '자살'로서 닥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자살이 아니고는 당면한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기에 그 길을 가는 것이 아닐까? 그들은 죽어서는 안 된다고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고민 끝에 죽기로 한 것이 아닐까? '형이상학적 죽음'이 되었든 '형이하학적 죽음'이 되었든 간에. 자살하는 사람들에게는 죽지 말아야 할 이유보다는 죽어야 할 이유가 더 많았을 것이다. 그들은 왜 죽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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