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

(책) 우리가 고아였을 때

지족재 2024. 2. 18. 00:42

(책) 우리가 고아였을 때(가즈오 이시구로 저, 김남주 역, 민음사)

 

가즈오 이시구로는 2017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일본계 영국인이라고 한다. 그가 노벨상을 받았다고 하지만 나는 그가 그렇게 국제적으로 유명한 소설가였는지는 몰랐다. 노벨상 작가의 작품은 한 번쯤 읽어봐야 한다는 생각에서 그의 대표작 중의 하나인 <우리가 고아였을 때>를 샀었다. 내가 가진 책은 2017년에 발행된 1판 3쇄이다. 초판 1쇄는 2015년에 발행되었다. 노벨상이 발표되던 그즈음에 이 책이 많이 팔린 것 같다. 그래서 나도 샀던 것이고. 그런데 그 당시에 "무슨 소설 제목이 이렇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이 소설의 주인공 크리스토퍼 뱅크스는 부모와 함께 상하이에서 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버지가 실종되고 뒤이어 어머니도 실종되면서 어쩔 수 없이 영국으로 가서 이모와 함께 살게 된다. 영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성공한 탐정이 된 주인공은 부모의 실종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상하이로 돌아오게 된다. 주인공의 부모가 실종되어 생사 확인을 할 수 없었고, 이모와 함께 살았기에 주인공을 '고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 이외에 두 명의 고아가 더 등장한다. 주인공과 함께 살 뻔했었던 여자 세라 헤밍스, 그리고 그가 입양한 제니퍼도 고아이다. 

 

'우리가 고아였을 때'의 '우리'는 주인공, 세라 헤밍스, 그리고 제니퍼의 세 사람인 셈이다. 하지만 이들 사이에 '고아'라는 것을 빼고 어떤 동질성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세라 헤밍스와 제니퍼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렇게 비중 있는 역할도 아닌 것 같다. 고아인 주인공이 고아인 세라 헤밍스를 만나 함께 살 뻔했었고, 그리고 고아인 주인공이 고아인 제니퍼를 입양했다는 것이 이 소설의 줄거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영문 제목 역시 "When we were orphans."이다. 제목이 작품을 함축적으로 나타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제목이 이 소설을 함축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내가 책을 제대로 읽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열심히 읽기는 했는데. 아무튼 내게는 작가가 왜 "우리가 고아였을 때'라는 제목을 정했는지 궁금하다. 작가가 그런 제목을 정한 딱 맞는 이유가 틀림없이 있을 것이다. 소설 뒤에 역자의 간략한 해설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으로도 이해는 되지 않는다. 아무렴 어떤가? 소설만 재미있으면 될 일이다. 제목을 어떻게 붙였든 간에. 이 소설에서 내가 관심을 가진 것은 고아 셋의 연결성이 아니었다. 오로지 탐정이 된 주인공이 부모의 실종 사건을 파헤쳐 부모를 다시 만나게 되는가 하는 것이었다. 

 

주인공은 부모의 실종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상하이에 오게 되는데, 갑작스럽게 세라 헤밍스의 제안을 받고 그녀와 사랑의 도피를 하려고 한다. 주인공은 왜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 세라 헤밍스는 이미 남의 부인이었고, 게다가 내가 보기에는 허영심이 좀 있는 여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세라 헤밍스에게 마음이 있었던 주인공은 부모 실종 사건이 해결이 어려워지자, 그녀가 상하이를 떠나 같이 살자는 제안에 선뜻 동의해 버린다. 그녀와 함께 상하이를 떠나기로 한 날, 우연히 자신의 부모가 납치된 집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어, 출발 몇 시간을 앞두고 그 집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길을 잘못 들어 중국군과 일본군의 전투 지역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그리고 또 갑작스럽게 친구 아키라를 구출해 내게 되지만, 부모님을 찾지도 못하고 세라 헤밍스와의 도피도 무위로 끝나게 된다. 그는 삼촌인 필립으로부터 부모 실종의 진실을 듣게 된다. 아버지는 진작에 사망했고 어머니는 사연이 있어 군벌 왕쿠의 첩이 되었다는. 어머니가 군벌 왕쿠의 첩이 되는 대신 주인공이 영국에서 잘 지낼 수 있도록 편의를 봐주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갑자기 21년을 건너뛰어 홍콩의 어느 요양원에서 주인공을 기억하지 못하는 어머니를 만나게 된다. 그런 어머니를 두고 주인공은 영국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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