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3차 오키나와 여행 - 3일 차 (4) (2023년 2월 12일)

지족재 2023. 2. 19. 13:38

3차 오키나와 여행 - 3일 차 (4) (2023년 2월 12일)

 

동남식물낙원 후기

 

저녁 6시 5분쯤 사기당했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한 채 동남식물낙원을 떠났다. 1시간 20분 정도 머물렀는데 본 것이 별로 없다. 무엇을 못 보고 가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입구는 정말 그럴듯했는데. 내 취향이 아니라서 그런가? 아주 오래전에 본 남산 식물원이 더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책하러 오기에는 너무 먼 곳이다. L(2) 선생과 L(3) 선생이 힘들게 찾은 곳이련만. 딱히 식물낙원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잉어 낙원에 오리 낙원이면 모를까. 아이들 취향에는 맞는지 모르겠다. 밤이 되면 장식 등으로 화려해지기는 하겠지만, 나는 그런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있으니까 볼 뿐이다. 

 

숙소로 가는 내내 동남식물낙원에 대한 배신감을 표출했다. 그러다 보니 9년 전에 봤던 류큐무라에 대한 배신감이 새삼 솟아올랐다. 류쿠무라 보다는 용인 민속촌이 훨씬 더 나은 것 같다. 용인 민속촌에도 장사 마인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류쿠무라는 장사 마인드로 가득 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때 내가 너무 많은 것을 기대했었는지도 모르겠다. 민속박물관도 아니었는데. 내가 기대한 것은 민속 박물관 같은 것이었고, 정통 식물원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류큐무라는 민속 박물관이 아니었고, 동남식물낙원은 정통 식물원이 아니었다. 

 

귀국 전날의 저녁 식사

 

그렇게 동남식물낙원에 대한 배신감을 표출하는 사이에 숙소에 도착했다. 7시 20분쯤 되었다. 방으로 와서 잠시 쉬다가 8시가 되어 다 같이 C 선생과 K(1) 선생 방에서 귀국을 앞둔 저녁 식사를 했다. 어제와 그제 이틀 동안 산 것이 많아서 남은 것만으로 한 끼 식사가 충분했다. 오늘도 역시 맥주. 어제까지는 에비스를 마셨는데, 다 떨어져서 오늘은 다른 회사 맥주를  마셨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기린이었나? 이치방시보리라고 했던 것 같다. 아니면 할 수 없고. 맥주맛을 아는 것도 아니고 별 관심도 없어서.  

 

아무튼 3일 계속 마신 셈이 되었다. 4년 전 오키나와에서 그랬던 것처럼. 한국에서는 3일 연속 맥주를 마실 일이 없다. 게다가 코로나 시절에는 올해 거의 1년 5개월 만인 1월 초에 친구들을 만나 맥주 한 병 마신 것이 전부이다. 코로나가 아닌 시절에도 두 달에 한 병 정도 마셨으니, 오키나와에 와서 6개월치를 한꺼번에 마신 셈이다. 사실 통풍이 있어 맥주도 조심하고 있다. 아무튼 이렇게 귀국 전날이 되면 짧은 여행의 아쉬움이 다가온다. 이전 여행과 마찬가지로 급할 것도 없이 힐링한다는 생각으로 오키나와에 왔다. 8명이나 되니, 결코 적은 인원은 아니다. 모두 즐겁고 행복하게 지낸 것 같다. 

 

이곳저곳을 많이 여행한다는 생각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비행기에서 본 한국사람들을 만날 기회도 없었다. 결국 한국 사람들이 갈만한 곳은 모두 피해 다닌 셈이 되었다. 둘째 날의 점심 식사 장소인 미카간에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거의 현지인으로 보였다. 하트 바위에서도 한국어를 들지는 못했다. 두 곳 모두 아직은 한국인 단체 관광객이 오지 않는 곳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처럼 삼삼오오 모여서 자유 여행을 하는 한국인들은 더러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운전만 할 수 있다면 차를 빌려서 충분히 올 수 있는 곳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나는 더없이 즐겁고 행복했는데,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랬으면 좋겠다. 

 

3일차 저녁 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