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

(만화) 다니구치 지로 - 산책

지족재 2022. 10. 26. 11:15

(만화) 다니구치 지로 - 산책 (이숲)

 

다니구치 지로(1947~2017)는 몇 해 전에 고인이 되었다. 상당히 유명한 일본의 만화가이다. <고독한 미식가>의 그림을 담당했다. 글은 구스미 마사유키이고. 내가 가진 <산책>의 한국어판은 2015년 10월에 발행된 제1판 2쇄이다. 글도 그림도 모두 다니구치 지로 작품이다. 그런데 사실 글이 별로 없다. 있다고 해도 아주 짧다. 그림이 압도적이고. 자신의 이야기라고 했으니 다니구치 지로가 산책을 좋아했나 보다. 구스미 마사유키가 글을 쓰고 다니구치 지로가 그림을 담당했던 <우연한 산보>와는 결이 좀 다르긴 하다. 두 책 모두 산책이든 산보든 하게 만든다.

 

요즘 좀 흉내를 내는 중이다. 산책인지 산보인지 잘 모르겠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니 뜻이 같다. "휴식을 취하거나 건강을 위해서 천천히 걷는 일"이 산책 또는 산보이다. 아무 생각 없이 걸어야 하는데 걷다 보면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른다. 뭘 생각하고 걸으면 휴식이나 건강을 위한 것이 아니다. 목적지 없이 정처 없이 걷다가 돌아와야 하는데, 자꾸만 딴생각이 든다. 오늘은 뭘 해야 하나? 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머릿속이 그런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는 산책도 산보도 아닌데. 언제까지 그렇게 살지 모르겠다. 

 

특별히 무엇을 구경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대개는 차도 옆의 인도를 따라 걷는다. 차도 없고 한적한 길이 있지도 않지만, 그런 길을 혼자서 다니자니 좀 불안하기도 하다. 아주 오래 전의 일이 생각난다. 같이 근무했던 분이 어스름한 저녁에 호젓한 길을 가다가 불량배 한데 20만 원인가 뺏기고 폭행도 당한 적이 있었다. 교회에 십일조 낼 돈이라고 했던 것 같다. 그 이야기를 듣고는 굳이 호젓한 길을 골라서 걷지는 않게 되었다. 요즘도 그런 일이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동네라고 해도 고등학생 몇 명이 모여 있으면 괜히 피해가게 된다. 요즘에는 애들이 무섭다. 나만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