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

(책) 마크 트웨인의 19세기 세계 일주

지족재 2024. 3. 13. 14:53

(책) 마크 트웨인의 19세기 세계 일주(마크 트웨인 지음, 남문희 역, 시공사)

 

내가 가진 책은 2003년에 발행된 한국어 번역본의 초판 1쇄이다. 영어 원판은 1897년에 발행된 것으로 보인다. 시공사 이외에 이전에 다른 출판사에서 이 책을 출판한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시공사 판이 출판된 2003년에는 이미 이 책의 저작권이 풀린 것으로 보인다. 번역판의 판권지에도 저작권 표시가 전혀 없다. 이 책을 언제 샀는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제목에 혹해서 산 것은 분명하다. 마크 트웨인은 바로 <톰 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으로 유명한 그 사람이 아닌가? 어린 시절에 그 두 책을 매우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은 마크 트웨인이 증기선을 타고 1년 동안 세계일주를 하면서 남긴 기록이다. 한국어 부제가 '적도를 따라 펼쳐지는 낭만과 모험의 기록'의 기록이다. 하지만 톰 소여의 모함이나 허클베리 핀의 모험과 같은 그런 모험은 보이지 않는다. 모험이 전혀 없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모험으로 가득 차 있지는 않다. '낭만'도 마찬가지이다. 마크 트웨인 자신이 이런 부제를 붙였는지 궁금해서 영어 원판의 제목을 보았더니 그냥 'Following the equator - a journey around the world'라고 되어 있다. '모험'이나 '낭만'은 없다. 나는 그 부제를 보고 이 책을 샀던 것인데.

 

이 책에는 마트 트웨인이 여행 도중에 생각나는 것들과 여행지의 풍물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그가 약간은 시니컬하게 글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풍자나 해학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그것이 원래 그의 문체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느꼈다. 또 적도를 따라 세계를 일주한다고 했지만, 그렇게 보이지도 않는다. 적도를 지나쳐 가기는 했지만, 적도를 따라가고 있지도 않고 적도를 지나는 섬들을 여행하지도 않았다. 이 책에서는 호주와 인도에서의 일화가 압도적으로 많다. 마크 트웨인이 개인적으로 그 두 나라에 관심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마크 트웨인의 이 여행이 있었던 시기는 19세기말인 1895년으로 보인다. 1895년이 19세기임에는 틀림없지만, 1895년이 19세기 전체를 특정할 수는 없다. 한국어 제목에서 '19세기'라고 했는데, 좀 과장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2004년에 인도를 열흘 정도 다녀온 적이 있다 보니, 이 책에서 인도에 관한 것을 유심히 읽게 되었다. 1895년이면 거의 130년 전이다. 마크 트웨인이 묘사한 인도의 철도역 모습과 바라나시 모습이 2004년에 내가 보았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튜브>에서 보니 인도의 철도역 모습과 바라니시 모습은 지금도 똑같은 것 같다. 

 

1년의 여행기로는 턱없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좀 더 상세한 기록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아쉬움이 꽤 크다. 내가 책을 샀을 때 기대한 것과는 거리가 멀어서. 하지만 그 당시에는 비디오카메라는 물론이고 녹음기도 없었을 것이다. 카메라는 있었을 것 같은데, 책에 그가 찍은 사진은 없다. 아무튼 이런저런 이유로 그 자신이 본 것과 느낀 것을 모두 상세하게 그리고 차분히 기록하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그래서 여행 중에 특별히 그 자신에게 감흥을 준 것이나 떠오는 생각들을 기억했다가 기록을 남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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