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일

늙어 가다 (810)

지족재 2023. 11. 10. 19:26

늙어 가다 (810)

 

2023년 11월 10일 오후 6시 50분이 다 되었다. 기온이 많이 내려갔다. 내일 아침에는 영하 7도까지 내려간다고 한다. 입동이 지나더니 본격적으로 겨울로 들어가나 보다. 이제 늦가을의 정취를 제대로 느끼기도 어렵다. 만추(晩秋)라는 단어만 보아도 가슴이 뛰던 젊은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감정이 거의 사라지고  아주 조금만 남은 것 같다. 아마 조만간에 완전히 사라져 버리지 않을까. 오래전에 출장차 지방을 방문하고 시간이 남아 해남의 대흥사에 들린 적이 있었다. 잎은 다 떨어져 버렸고 홍시만 잔뜩 매달려 있던 감나무가 생각난다. 이맘때쯤이었을 것이다. 그때만 해도 그런 감정이 꽤 있었는데. 1987년쯤이 아니었을까.

 

연수차 1988년에 시애틀에서 1달 체류한 적이 있었다. 11월이 끝나갈 때였다. 큼직한 나무들의 큼직한 잎들이 울긋불긋한 낙엽이 되어 사방에 굴러 다녔었다. 그렇게 시애틀의 늦가을을 만끽한 적도 있었다. 생각해 보니 미국에 있을 때는 그래도 늦가을의 정취를 느끼며 살았던 것 같다. 1997년의 가을과 2005년의 가을. 비록 1년씩의 짧은 미국 살이었지만, 구애받는 일이 없다 보니 편하게 4계절을 보낸 것 같다. 미국에서의 생활을 제외하고는 한국에서 늦가을 정취를 제대로 느끼지 못한 채 바쁘게 살아왔던 것 같다.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뭔가에 쫓기듯 그냥 열심히 살기만 했다. 

 

은퇴하고 여유가 생겨 이제 제대로 단풍 구경이나 해 볼까 했는데, 바로 겨울로 가고 있다. 단풍 구경 대신 겨우살이 준비를 해야 할 판이다. 내일 아침에 영하 7도라니 잘못하면 수도 계량기가 동파될 수도 있다. 보일러 배관도 뽁뽁이로 감싸 두어야 한다. 언제가 무심하게 지내다가 보일러 배관이 터진 적이 있다. 동관이 그렇게 갈라질 수 있다니. 관 속의 물이 얼면서 부피가 늘어나는 것을 견디지 못해서 동관이 갈라졌었다. 늦가을을 즐겨보려고 했는데, 추워진다고 하니 겨우살이를 걱정해야 한다. 이런 멋없는 인생이라니. 나만 이런 인생을 사는 것은 아니겠지.

 

+++

 

야당의 전직 당 대표가 북 콘서트인지 뭔지 하면서 조속히 대통령을 끌어내려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는 것을 보았다. 현 법무 장관에게는 '건방진 놈', '어린놈'이라고 했다. 뭐가 그리 억울한 것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억울한 것이 너무도 많아 원한이 쌓이고 쌓였나 보다. 그래서 대통령과 법무장관을 연일 비난하고 있는 것 같다. 시정잡배나 할만한 말을 쏟아내고 있다. 그 말에 박수를 치는 사람들도 있고. 동의하니까 박수를 치는 것이겠지. 그는 돈봉투 사건이 별 일이 아니라고 한다. 자신은 모르는 일이며 주변 사람들이 저지른 일이라고 하는 것 같다. 하도 그런 주장을 하니까 정말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검찰이 잘 수사하고 법원이 잘 판단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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