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가다 (730)
2023년 5월 21일 오후 4시 5분이 다 되었다. 오늘은 소만(小滿)이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여름으로 들어간다는 것을 알리는 절기라고 할 수 있다. 어제는 물난리를 겪었다. 순전히 내 잘못이다. 오래전에 설치되어 있던 정수기 비슷한 것을 제거하려다가 수도관에서 물이 터져 나왔다. 정수기인지 아닌지도 잘 모른다. 내가 설치한 것이 아니아서. 알칼리수로 만들어 주는 장치인 것 같기도 하다. 작동되지도 않아서 '제거해야지' 하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다. 제거하려고 들여다보니 수도관에 연결되어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제거해야 하는지 잘 몰라서 한 동안 그대로 두었었다.
어제는 무슨 생각이 들어서 그랬는지 그것이 무척 거슬렸다. 그래서 반드시 제거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자마자 실행에 나섰다. 수도관에 연결된 나사만 풀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별생각 없이 나사를 풀기 시작했는데, 그만 수돗물이 쏟아져 나왔다. 연결된 수도관의 밸브를 잠그고 해야 했다. 밸브가 잠겨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사를 풀었다가 쏟아져 나오는 물로 사방이 온통 물바다가 되었다. 사실 밸브를 확인해서 오른쪽으로 돌렸지만 그때는 더 이상 돌아가지 않았다. 그렇다면 수도관이 틀림없이 잠겨 있는 것 아닌가? 쏟아져 나오는 물을 감당할 수 없어서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했다.
관리사무소의 직원이 와서 양수함의 메인 밸브를 잠그고 나서야 물이 멈추었다. 사방에 흥건한 물을 제거하느라고 힘들었다. 이런 일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보니 사고를 자초했다. 꼼꼼히 확인해 보고 나서 했어야 했는데. 아침에 물을 사용하려면 양수기함의 밸브를 다시 풀어야 했다. 그래서 그전에 정수기가 연결된 수도관의 밸브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거기에 쓰여 있는 대로 오른쪽으로 힘껏 돌렸다. 그런데 밸브가 오른쪽으로 더 잠긴다. 어제는 꼼짝도 안 하더니. 그때는 수년동안 사용한 적이 없어서 아마 그대로 굳어 있었던 것 같다. 한번 더 시도했어야 했는데.
손가락에 상처가 날 정도로 밸브를 오른쪽으로 돌렸다. 그렇게 해서 밸브가 완전히 잠길 때까지 돌렸다. 그리고 양수기함을 들여다보았다. 그러고 보니 양수기함도 처음 들여다본 셈이다. 그동안에는 들여다볼 이유가 없었으니까. 양수기함에 보니 수도관이 3개나 있다. 전화로 관리 사무소 직원에게 확인하니 맨 위의 관과 맨 아래의 관의 밸브를 왼쪽으로 돌리라고 한다. 그렇게 하니 냉수는 잘 나왔다. 그런데 온수가 나오지 않는다. 관리 사무소의 직원에게 다시 전화했더니 와서 보겠다고 한다. 그가 세면대에 연결된 온수 밸브를 돌렸더니 온수도 잘 나온다. "어찌 된 일이지? 나는 건드린 적이 없는데."
어제 왔던 직원이 온수 밸브를 잠가 두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내가 다른 일을 하는 사이에 그렇게 했나 보다. 그것만 알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수도 배관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보니 일만 커지고 관리사무소 직원만 힘들게 했다. 생각해 보니 이런저런 문제가 터질 때마다 사람을 불렀던 것 같다. 그동안 내가 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는 그저 전구나 건전지를 갈아 끼우는 정도였었다. 가끔 양 사장이 혼자서 냉장고도 고치고 세탁기도 고쳤다는 말을 들어서, 용기를 내고 정수기를 제거하려고 했었지만, 제거도 하지 못한 채 물난리만 겪었다. 다시 시도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러다가 밸브가 깨져버릴 것 같다는 걱정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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