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

(책) 페스탈로치 - 은자의 황혼

지족재 2023. 5. 7. 08:23

(책) 페스탈로치 - 은자의 황혼

 

이 책의 초판은 1972년에 발행되었다. 내게 있는 것은 2003년의 개정판 3쇄(서문당의 서문문고 33)이다. 나는 이 책을 2012년에 구입했다. 이 책은 '인생의 황혼'이라는 제목의 한 책이 아니라, 맨 앞에 있는 '인생의 황혼'이라는 제목의 짧은 글과 함께 그의 생전의 여러 글(교육론 및 강연)을 김정환이 모은 것으로 일종의 선집이다. 김정환 번역 및 편집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당시에 내가 기대한 내용이 아니어서 잠깐 훑어보고 지금까지 그대로 방치해 두었었다.

 

10년이나 지나서 다시 한번 읽어 보았다.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페스탈로치라는 이름을 들어 봤을 것이다. 번역자인 김정환(1930-2019)은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를 지냈다. 1970년에 히로시마 대학에서 페스탈로치의 수학교육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런 이유로 김정환이라는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 사실 이 책의 제목인 '은자의 황혼'이 마음에 들었었다. 그래서 이 제목에 현혹되어 이 책을 샀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 책을 펼쳤을 때 내가 기대한 내용이 아니어서 실망했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면, 은자(隱者)는 "산야(野) 묻혀 숨어 사는 사람. 또는 벼슬을 하지 아니하고 숨어 사는 사람."이다. '은자의 황혼'이라고 해서, 늘그막에 조용히 숨어 지내던 페스탈로치가 인생의 황혼에서 자신이 살아온 날을 반추하며 풀어내는 자기 자신의 인생 이야기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내용은 거의 없다. 해설에 보니 '은자의 황혼'은 1780년에 쓴 것으로 되어 있다. 이것이 맞다면 페스탈로치가 1746년생이니 그의 나이 34살 때 쓴 것이다. 그의 인생 늘그막에 쓴 것이 아니다.  

 

'인생의 황혼'이라는 제목의 짧을 글을 읽을 때부터 내 기대와 완전히 어긋났다. 거기에는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보이는 페스탈로치의 기독교적 교육관만 명료하게 표출되어 있다. 은자가 인생의 황혼기에 들려주는 인생 이야기가 아니다. 다른 글에서도 그의 기독교적 교육관이 펼쳐지고 있다. 김정환의 논문에서 볼 수 있는 페스탈로치의 수학교육관을 찾을 수 있을까 해서 열심히 읽어 봤지만 그런 것은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160쪽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다시 말하면 나는 수학교육이 아니고 인간 교육을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