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일

늙어 가다(69)

지족재 2017. 4. 2. 23:55

늙어 가다(69)


  4월이 되었다. 봄이 왔다. 개나리가 만발했고 목련도 피었지만, 나라는 그냥 그렇다. 마침내 세월호도 올라왔다. 아무쪼록 잘 마무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대선도 얼른 끝났으면 좋겠다. 새 대통령이 얼마나 잘할 수 있을까? 난 그다지 기대하지않는다. 그저 나라가 지금처럼 버티고 있는 것이 대단할 뿐이다. 안타깝다. 선진국으로 가지 못하고 여기서 주저 앉는 것은 아닐까? 그럭 저럭 나는 많이 살았지만, 딸 아이가 오래 살아가야 하는데. 걱정이다. 


  정상이 비정상이 된지 오래되었다. 일상이 영화가 된 것인지 영화가 일상이 된 것인지. 영화에서나 볼 것 같은 일도 일어나고 있다. 불편하고 무서운 세상이 되었다. 민폐를 끼치고도 민페인 줄 모르는 그 무지함도 일상이 되었다. 우회전을 잘못 배운 사람들이 너무 많다. 방송에서 가르쳐야 하는데. 그런 무지함이 화를 부른다. 자신만 편하면 된다는 그 이기주의가 나라의 수준을 떨어뜨린다. TV를 보니 엉터리 음식도 넘쳐나고, 값도 속이고...  


  대학생들도 옛날 같지 않다. 점점 더 엉터리가 되어 가는 것 같다. 야단을 칠 수도 없고, 싫은 소리를 할 수도 없고, ... 하긴 초중고때도 그렇게 배워 왔을 것이다. 그러니 잘못해도 잘못한 줄 모르는 것이다. 질문를 해도 제대로 답도 못하고. 그러고도 민망해 하지 않고. 그렇게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고. 결국 남 생각않고 제멋대로 하고... 안 그런 사람도  있으니 나라가 이 만큼이라도 건재하는 것인가?


  기본이 지켜지는 곳. 남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는 곳. 그런 곳에서 살고 싶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불만이 늘고 보기 싫은 것만 늘어간다. 아직은 여기 저기 다녀야 하는 곳도 많고 해야 하는 것도 많고... 그러다 보니 보기 싫은 것도 많아진 것인지.. 은퇴하면 나아 지려나.. 악다구니들을  벗어나서 살 수 있을까?  난 이런 피곤하고 고단한 일상에 익숙하지 않고, 익숙하고 싶지도 않다. 그러니 떠나야 하는데, 갈 곳이 없다. 아니 가고는 싶은데 갈 수가 없다. 이런 저런 이유로. 젊었을 때 결행했어야 했는데, 그러기에는 내 직업이 너무 아까웠다. 그땐 그것을 포기하고 떠날만큼의 용기가 없었다. 모험이 필요했는데, 그만 안주하고 말았다. 그런 생각을 한켠에 두고 있으면서도, 그저 '10년만 젊었어도'라고 합리화하면서 그렇게 20년을 보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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