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가다(68) 2017년 3월 19일 새벽
봄이다. 완연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틀림없는 봄이다. 얼굴을 스치는 바람의 촉감이 달라졌다. 더이상 매섭지 않고 부드럽다. 어느새 나뭇가지도 색이 변했다. 메마름을 벗어버리고 물기를 머금은 모습이다. 아직은 풍성한 잎을 보기 힘들지만, 곧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침 저녁으로 쌀쌀함이 남아 있지만. 그것은 더 이상 겨울의 끝자락이 아니다. 또 한번의 새로운 봄의 시작이다.
3월도 중순이다. 학기가 시작되어 벌써 3주가 지났다. 금요일 오후에는 학생들 MT에 갔었다. 수동밸리. 최근 몇년간 늘 이곳에 왔다. 생각해 보니 1979년인가 1980년인가 여름에 이곳에 놀러 온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수동유원지라고 했었는데. 마장동이던가. 시외버스터미널이 있었고, 거기서 시외버스를 타고 갔었는데.. 수영장이 있었다. 계곡물을 끌어들인. 그리고 숙소. 요즘의 펜숀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초라한 모습의 숙소. 그래도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초임지의 동료 교사들과 1박 2일로. 이제 아득해서 그분들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뿔뿔이 흩어지고 나서는 계속해서 만나지 않았기에. 공주사대 출신의 영어 선생님. 레슬링 국가 대표 출신의 체육 선생님과 그 조카(초등학교 남학생인 것 같았는데). 장 선생님(고등학교, 대학교 선배), 미술 선생님. 도덕 선생님과 그 약혼여,... 그리고 누가 더 있었나.. 더 이상 기억이 나지 않는다. 24살인가 25살 시절 기억의 편린들. 그런 시절이 있었다. 가끔은 그 시절이 그립다. 그분들 모두 잘 계시나.. 장 선생을 빼고는 지금쯤 모두 은퇴했을텐테...
당시에는 한적한 시골이었는데... 언제부터 였는지는 몰라도 개발 바람이 불어 닥쳐, 동네 전체가 보기 싫게 변했다. 편도 1차선의 좁은 길은 여전히 그대로 인 거 같은데, 음식점과 부동산 가게만 즐비하다. 춘천 고속도로를 타고 화도인터체인지에서 빠져나오면서 부터 보이는 아파트 숲. 이 시골을 왜 이리 보기 싫게 개발했을까. 좁은 길에 차도 많고...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30년이 지났으니 강산이 3번이나 변한 것인가. 옛 정취는 다 어디 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