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일

늙어 가다(64)

지족재 2017. 2. 26. 02:37

늙어 가다(64)


모처럼 서울 출입을 했다. 양 사장이 사업장을 옮겨서 구경도 할 겸 4인방 모임을 종로3가에서 가지기로 했다. 무엇을 타고 가나 고민하다가 M6118을 타고 홍대역에서 갈아타고 신당역에서 내리는 것으로 했다. 교통카드를 새로 샀다. 신용카드에도 그 기능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을 들고 다니다가는 틀림없이 어딘가에서 잃어 버릴 것 같아 교통카드를 사기로 했다. 잘한 선택이라 생각했다. 정류장 안내가 잘되어 있어 좋다. 지난 번에는 안내가 안 되어 힘들었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다. M6118이 왔다. 사람이 많지 않아 내릴 때까지 옆에 아무도 앉지 않았다. 멀미가 약간 걱정되기는 했지만, 견딜만 했다. 토요일 오후라 경인고속도로가 막히는 것을 보고 있자니, 나도 가급적 차를 가지고 다니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홍대입구역에서 내렸다. 내릴 때 교통카드도 다시 한번 잘 찍고. 환승 제도. 참 잘 만들었다. 2번 입구를 찾아 갔다. 웬 사람들이 그리 많은지. 생각해 보니 홍대입구역에 온 일이 별로 없다. 차타고 지나간 적은 많이 있지만, 사람들이 그리 많다는 것이 새삼스러웠다. 지하철 2호선 신당역 방향으로 실수하지 않고 잘 탔다. 지하철을 타고 열심히 양 사장 사업장까지 가는 길을 검색했다. 인터넷으로 길을 확인할 수 있으니 참 좋은 세상이다. 신당역에서 내려 2번 출구로 나가서 황학동 주민 센터를 지나서 가는 경로다. 10분 정도 간다고 한다. 신당역에서 잘 내려서 2번 출구를 찾아 잘 갔다. 황학동 주민센터를 지나, 스마트폰에 나온 대로. 그래도 혹시나 잘못갈까 싶어 이전 사업장에 도착해서 양 사장에게 전화했다. 전화로 말해준 길을 따라 잠시 가다보니 양사장이 마중 나왔다. 그 짧은 길을 못 찾을까 싶어서.  


슈퍼에 들러 휴지와 곽티슈를 사고 있는데, 양 사장이 티슈는 없어도 된다고 극구 말린다. 그래서 휴지만 사 가지고 같이 사업장으로 갔다. 소매를 접고 도매만 하니 사업장이 큰 길가에 있을 필요가 없다. 치솟는 임대료도 부담스럽고. 그렇게 해서 내린 결정인데, 가서 보니 한결 낫다. 소매를 하다보면 신경써야 하는 것도 많고. 아주 잘 된 것 같다고 말해 주었다. 길 선생은 바로 찾아왔다. 스마트폰에 주소를 찍어서 바로 왔다고 한다. 난 그런 생각은 못했는데. 길 선생이 오자마자 새 사업장이라면서 잠시 기도했다. 성의가 대단하다. 게다가 금일봉까지. 난 그런 생각 못 했는데. 기껏 잘 풀리라고 휴지 사갈 생각만 하고 왔는데. 경기가 나쁘다고 한다. 나와 길 선생이야 봉급 생활자이니 경기 불황을 몸으로 느끼지는 못한다. 하지만 양 사장을 보니 불황이라는 것을 알 수는 있다.     


양사장 사업장에서 5시에 떠났다. 좁은 길에 주방 관련 물품을 취급하는 곳이 엄청 많다. 그런데 점차 사라진다고 했다. 동네가 개발되는 바람에. 청계천을 지나 동묘 옆길로 나갔다. 청계천을  처음 봤다. 청계천 다닐 일이 없다보니 TV에서 본 게 전부. 동묘 옆의 벼룩시장. 신기했다. 그것도 난생 처음 봤다. 그런 데가 있다니. 시간만 많았으면 천천히 구경해 보는 건데. 다음에 와서 꼭 다시 봐야 겠다. 중고책을 파는 서점이 있는데, 밖에 있는 책은 1000원, 안에 있는 책은 2000원이란다. 양 사장은 거기서 한 100여권 샀다고 한다. 난 여지껏 뭘하고 살았는지. 동묘는 아는데, 동묘옆의 벼룩시장은 처음 봤다. 사람도 꽤 많다. 


셋이서 지하철을 타고 종로 3가에서 내리니, 역시 두 세력이 보인다. 탄핵 찬성 집단과 탄핵 반대 집단. 이제 조금만 기다리면 결판이 날 것이다. 늘 가던 그집에 도착하니 5시 25분쯤. 김 원장이 6시 30분에나 도착한다고 해서 셋이서 가볍게 한 잔. 요즘 시국 이야기, 대선 이야기를 하다가  길 선생 아버님 이야기로 넘어 갔다. 치매에 파킨슨, 그리고 뇌경색까지.. 결국 요양 병원에 입원하셨다고 한다. 이미 치매로 요양 병원에 계신 양 사장 어머님 이야기로 넘어갔다. 내 사정도 이야기 하게 되고.. 어머니 상태가 좋지 않아 나도 걱정이라고... 그 이야기 끝에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로 다시 이야기가 옮겨갔다. 애들이 다 외국에 있고, 게다가 양 사장은 외동아들, 나는 외동딸을 두고 있어서.., 이전에도 그런 이야기 많이 했지만, 결국 좋은 방안이 있는 것은 아니다. 걱정은 되지만.    


한참을 그 이야기로 진지했는데, 김 원장이 왔다. 그래서 다시 김 원장 근황 이야기로 넘어 갔다. 요즘 경기가 나쁘다 보니 김 원장 형편이 좋지 않다. 힘들면 복귀하라는 양 사장 한 마디에 위로가 되었다.  그렇게 서로의 근황 이야기에 술 몇잔하다 보니. 어느 새 8시 40분이 넘었다. 길 선생이 용산역에서 10시 기차를 타야 하기 때문에, 광화문 촛불 시위 현장에 잠시 들렀다가 헤어지기로 했다. 광화문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이미 많이 빠져 나가 붐비지는 않았다. 잠시 머물다가 시간 때문에 4월초나 말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종각역에서 헤어졌다. 나와 길 선생은 지하철로 내려 갔다. 양 사장과 김 원장은 한 잔 더 한다고 했다. 길 선생은 기차 시간에 쫓겨서, 나는 몸 상태가 불량해서 가야했다. 


길 선생과 같이 타고 가면서 잠시 길 선생 아버님 이야기, 애들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서울역에서 헤어졌다. 나는 적어도 1년을 더 뒷바라지 해야 하고, 길 선생은  세 학기를 더 뒷바라지 해야 한다. 길 선생은 용산역에서 내려 열차를 타야 한다. 서울역에서 내려 한참을 걸어가서 공항철도를 탔다. 꽤 멀다. 두 달에 한 번 정도 타다보니 탈 때마다 긴장된다. 안내가 잘 되어 있는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긴장된다. 계양에서 내려 인천 지하철 1호선을 타고 다시 작전역에서 내렸다. 마을 버스를 타고 10시 50분에 귀가. 1시간 반이 걸렸다. 교통카드가 유용했다. 그렇게 다녔는데도 교통비가 6천원 정도였다. 참 잘 만든 제도이다. 좀 있으니 양 사장과 김 원장도 귀가 중이라는 톡이 왔다. 그리고 11시 반쯤 되어 모두 귀가했다는 톡이 왔다.  모처럼의 서울 출입. 넷이 만나니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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