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가다(45)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연휴 동안 일에 쌓여 있다가 겸사 겸사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아직 더위가 조금은 남아 있는 시간이어서 불과 20여분 남짓 다녔는데 땀이 났다.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건너편 편의점 옆에 있는 7~8개의 의자에 남자 노인들이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의자를 일부러 가져다 앉은 것은 아닌 것 같고, 편의점에서 내 놓은 것으로 보였다. 옆 사람과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그저 앉아 있기만 했다. 아마 집에 있기도 무력하고, 딱히 갈 곳도 없어서 그렇게 나와 있는 것으로 보였다. 80이 넘은 노인네들은 아닌 것 같고, 글쎄 75세까지로는 안 보이는데. 같은 처지의 노인들이 있어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일까? 나도 그 나이되면 저런데서 저렇게 앉아 있을까? 생각만 해도 싫다. 그 나이에 난 어떻게 하고 있을까? 75세까지는 운전을 할 수 있지 않을까? 80이 넘어서도 운전하는 분이 있긴 하던데.. 그렇게 무력하게 앉아 있지는 않을 것이다. 운전할 수 있을 때까지는 집사람과 함께 여기 저기 다닐 것이다. 주말도 피하고 사람 많은 곳도 피해서. 그러면 평일에 여기 저기 다녀 볼 수 있지 않을까? 드라이브 삼아. 별장도 없고 주말 농장도 없지만, 그래도 좋다. 시골길을 다니는 즐거움이 있다. 언제였던가 주말에 집사람과 함께 임직각을 자주 간 적이 있다. 크게 막히지도 않는 길이어서 자주 갔었다. 그러다가 이런 저런 일로 뜸해 지게 되더니, 최근에는 거의 간 적이 없다. 아. 그 동네 모기가 말라리아 모기였던 것도 그 곳에 안 가게 된 이유 중의 하나이다. 우리 동네에서 보던 모기와는 사뭇 달랐다. 날개에 얼룩 무늬가 있었다. 그 모기가 일산까지 내려 왔다던데... 아무튼 편의점 의자에 볼 품 없이 앉아 있지는 않을 것이다. 절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