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일

늙어 가다 (757)

지족재 2023. 6. 18. 05:00

늙어 가다 (757)

 

2023년 6월 18일 아침 4시 5분이 다 되었다. 어제저녁에는 모처럼 양 사장, 김 원장, 길 선생과 만났다. 사실 오래전부터 만나려고 했지만 길 선생 몸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계속 미루었다가 드디어 만났다. 늘 종로 3가의 국일관 지하 1층의 횟집에서 만났었는데 코로라 사태 와중에 그 집이 문을 닫았다. 코로나로 장사가 안 되어 문을 닫은 것으로 보이지만, 언제 다시 재개장할지도 모르겠다. 양 사장 말로는 국일관 지하 1층에 아예 접근할 수 없다고 한다. 공사 중인지 아니면 아니면 비워놨는지 알 수 없다. 그 집에 네 명이 있을 수 있는 조용한 방이 있어 좋았는데. 

 

그런 집을 찾기 어려웠다. 내가 먼저 옆 손님들이 하는 이야기에 방해받지 않을 것 같은 조용한 곳을 찾아보았는데, 논의 결과 너무 비싼 집이어서 포기하기로 했다. 양 사장이 오래전에 우리가 단골로 갔었던 어부 수산 사장에게도 전화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미 5년 전에 문을 장사를 접었다고 한다. 결국 김 원장이 나서 서 영등포역 주변에서 적당한 횟집을 찾았다. 어제저녁 5시 30분에 모였다. 양 사장이 1등, 내가 2등, 김 원장이 3등, 길 선생이 4등으로 도착했다. 길 선생이 수원 역에서 기차가 11분 연발한다는 톡을 보내 꽤 늦을 줄 았았는데 20분밖에 안 늦었다.  

 

모처럼 반갑게 안부를 묻고 지난 이야기를 나누었다. 단톡방에서 거의 매일 톡을 주고받고 있어 각자의 근황을 소상히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직접 만나서 들으니 새로웠다. 여덟 명이 들어가는 방에 우리 팀 말고 다른 3명의 한 팀이 옆 좌석에 있어서 좀 불편했다. 우리 넷이 요즘의 정국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했는데. 혹시 옆 좌석 팀이 우리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어 시비가 붙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다행히 별 일은 없었다. 가족으로 보이는 세 사람은 우리보다 늦게 와서 일찍 나갔다. 그래서 좋기는 했는데 홀에 앉은 손님들의 말소리가 너무 커서 좀 시끄러웠다.   

 

다섯 달만에 맥주 한 병 정도를 마셨다. 아직 몸 상태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길 선생을 제외하고 양 사장과 김 원장 둘이 소수 3명을 마셨다. 건강한 사람들이다. 멀리서 온 길 선생의 기차 예약 시간이 9시 30분이라 그것에 맞추어 움직여야 했다. 8시쯤 식당을 나와 영등포구청역 인근의 커피집에 들렀다. 김 원장은 뜨거운 아메리카노, 커피를 피하고 있는 길 선생은 자몽 주스,  양 사장과 나는 아이스 바닐나라테를 마셨다. 비싼 커피값에 김 원장이 한 마디 했다. 확실히 비싸기는 하다. 하지만 자리를 빌린 값이니 속상해하지 말자고 했다. 커피를 마신다기 보다도.

 

주위를 돌아보니 우리 일행 정도로 나이 든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8시 55분까지 밀린 이야기를 했다. 7월 말에 네 사람이 이 2박 3일의 여름휴가를 가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양 사장과 김 원장 둘이 다녔는데, 나도 길 선생도 은퇴했기에 이번 휴가 여행에 기꺼이 동참하기로 했다. 길 선생이 참여할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함께 가겠다고 한다. 보길도, 청산도, 완도 일대를 돌아보는 코스로 전해질 것 같다. 김 원장이 순천만에도 가 보자고 한다. 나와 길 선생은 보길도, 청산도, 완도를 가 본 적이 없다. 기대가 된다. 휴가 여행의 코스는 양 사장과 김 원장이 정하기로 했다.     

 

각자 생업에 종사한 뒤로는 넷이 여행하는 것은 물론이고 두 사람이 여행하는 것도 힘들었다. 김 원장과 양 사장이 함께 휴가 여행을 같이 가게 된 것도 최근의 일이다.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는 양 사장의 용문 고향집, 김 원장의 하동 고향집에 자주 갔었는데. 넷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함께 한 여행은 고등학교 1학년 여름 방학 때이다. 그때 용문을 거쳐 울산의 양 사장 큰형 집에서 기숙하며 며칠을 놀러 다녔다. 김 원장의 하동 고향집에서도 며칠 묵으면서 놀러 다녔고. 지금 생각해도 즐거운 나날이었다. 이제 50년 만에 네 사람이 함께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휴가 여행을 결정하고 나니 갑자기 모두 들뜬 것 같았다. 나만 들뜬 것이 아니라. 양 사장이 운전해서 평일 아침에 일찍 떠나기로 했다. 길 막히기 전에. 아무래도 신지도의 지인 집에서 묵을 것 같다. 양 사장 지인이지만, 양 사장이 하도 이야기를 많이 해서 어쩐지 나도 아는 사람 같다. 그런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금방 8시 55분이 다 되었다. 길 선생의 기차 예약 시간 때문에 일어섰다. 영등포구청 역에서 영등포역까지는 지하철로, 수원역까지는 기차로, 그리고 집까지 40분 정도 더 가야 한다고 한다. 아쉽지만 그렇게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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