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가다(49)
2016년 9월 24일 토요일 친구 모임
양 사장, 길 선생, 김 원장 만나기로 한 날이 오늘이다. 날짜는 진작에 정해 놨는데 장소와 시간을 정하지 않았었다. 이런 저런 장소가 마땅치 않아 종로 3가 국일관 지하의 횟집에서 6시 30분에 모이기로 했다. 이전에 두 번이나 가본 곳이라 찾아가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다만, 차를 가져가기에는 좋지 않은 곳이다. 그래서 버스로 가기로 했다. 양 사장이 집회로 혼잡할 수 있으니 서울역에서 지하철로 오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주었다. 집에서 4시 50분에 나와 편의점에 들러 버스 카드를 충전했다. 집 사람이 두고 간 것이라 잔액을 몰라 2만원을 충전했다. 충전하고 보니 잔액이 충분이 있었다. 거기서 나와 정류장에 도착하기 직전 횡단보도 앞에 서 있는데 내가 타야 할 6118이 막 떠나고 있다. 정확한 버스 시간도 모른 채 나오다 보니 그런 일이 생겼다. 다음 차가 올 때까지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정류장 안내판에 6118 정보가 보이지 않는다. 한 동안 앉아 있었는데도 정보가 뜨지 않았다. 거의 20분이나 지나서 19분 후에 도착한다는 안내가 떴다. 배차 간격이 40분인가 보다. 다음을 위해서 잊지 말아야 하는데. 오늘은 약속 장소에 일찍 도착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되면 6시 30분에 도착하기는 틀렸다. 최소한 10분은 늦을 것 같다.
그 뒤로 10분이나 지났는데, 19분 뒤에 온다고 한 차는 15분후에 도착한다고 한다. 지금 5시 30분인데. 무심히 앉아 있는데, 갑자기 효성요양병원이라는 간판이 보였다. 저런 병원이 언제부터 있었던 것인지. 그전에도 있었을 텐데 관심이 없다보니 그동안은 안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요양병원이라... 김 원장 어머님이 그런 요양 병원에 계시다가 며칠 전에 돌아 가셨고. 양 사장 어머님도 요양병원에 계시는데. 그러고 있는데 갑자기 6118이 왔다. 5시 36분에 승차. 15분 뒤에 온다는 차가 6분만에 왔다. 안내와는 달리.
자리를 잡고 앉았다. 친구들에게 이제 차 탔다고 10분쯤 늦겠다고 카톡을 보냈는데, 속이 울렁 거렸다. 이렇게 흔들리는 차안에서 뭔가를 보면 항상 그렇다. 그런데 다른 자리에 앉은 사람들을 보니 저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고 있다. 속이 울렁거리지도 않는지... 차가 많이 흔들려서 내내 그 울렁거림을 참느라 힘들었다. 심호흡도 해 보고, 먼 곳을 바라보기도 하면서... 경인고속도로를 거쳐 홍대앞을 지나 이대역에서 내렸다. 거기서 시내버스 271번을 탔다. 다행히 자리가 있어 앉을 수 있었다. 6118보다는 흔들림이 덜했다. 바깥을 내다보면서 서울 구경을 했다. 남이 운전을 하니 그런 여유가 생겼다. 안내 방송이 있어 내려야 할 곳을 잊을 염려도 없다. 아. 양 사장이 지하철을 권했는데. 그만 까맣게 잊고 습관처럼 시내버스를 탔다. 어쩔 수 없지. 한 10분 늦는다고 미리 전했으니.... 차가 종로 1가를 지나는데 양 사장의 카톡이 왔다. 어디냐고.. "종2 곧 도착"이라고 답을 보냈다. 종3에서 내려 국일관 건물을 찾았다. 내려서 왼쪽이던가 오른쪽이던가... 왼쪽이다. 6시 50분에 도착. 모두 도착해 있다. 벌써 맥주 1병과 소주 1병을 다 비운 것을 보면 모두 일찍 와 있었나 보다. 양 사장이 5시에 가게 문을 닫는다고 했으니...
모친상으로 하동에 다녀온 김 원장을 위로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로 시간을 보냈다. 부모님 소식, 가족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 지진 이야기. 길 선생이 경주 지진이 지표에서 가까운 곳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진도 5.8이면 상당한 것이라고 한다. 진도가 6.0이상이어도 진앙이 깊으면 충격은 적다고 한다. 양 사장이 들고 온 모스카토 다스티로 건배. 내가 좋아하는 스파클링 와인. 그런데 길 선생과 김 원장은 그 와인이 입맛에 안맞는지 잘 마시지 않는다. 너무 달아서 그런가. 받아 놓기만 하고 그대로 있다. 요즘 길 선생은 하느님을 믿는데 열심이라 김 원장에게도 교회 다니라고 열심히 이야기 한다. 형이 목사님인 양 사장은 더 말할 나위도 없고. 김 원장은 노상 듣던 이야기라 그저 "알았다"고 하며 웃기만 한다. '또 그 이야기'라는 표정이 역력하다. 난 중립적이지만, 길 선생과 양 사장쪽에 섰다. 혼자 사는 김 원장이 양 사장을 따라서 같은 교회에 다니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 모스카토 다스티는 결국 나 혼자 반병을 마셨다. 우리는 그 뒤로도 소주 2명을 더 비우고 일어섰다. 8시 50분. 길 선생 기차 시간이 10시 35분이라 노래방에 들리기로 했다.
이런 저런 이유로 혼자 사는 양 사장과 김 원장. 둘이 같이 출퇴근할 때 가요에 심취했다고 한다. 토요일에 손님 없을 때도 그랬고. 국일관 빌딩 12층에 있는 노래방. 20대 남자 3명 정도가 경영하는 것인지... 지하가 아니어서 좋다. 술도 안 파는 것 같고. 에어컨이 없어 약간 덥기는 했지만, 선풍기 2개가 있어 견딜만 했다. 그런데 좀 어둡다. 노래방이 원래 그런 것인지. 전체적인 feeling은 나쁘지 않다. 길 선생과 나는 월요일 아침부터 수업이라 조심해야 하는데... 목 다치면 안되는데. 길 선생의 18번. 어니언스의 <편지>, 라이너스의 <연>, 김 원장은 워낙 잘 부르고 많이 알고. 모르는 노래가 없다. 난 무슨 노래인지 모르겠다. 양 사장은 배호의 <돌아가는 삼각지>, <안개낀 장충단 공원>, 나도 불렀는데 목이 아프다. 배호의 <누가 울어>.. 그렇게 1시간을 보냈는데 서비스라며 26분을 더 준다. 우리는 그렇게까지 있을 수는 없는데.
10시가 되어 노래방을 나왔다. 10월말에 보기로 하고 헤어졌다. 난 721번을 타고 이대역에서 내려야 하는데, 그만 잘못해서 한 정거장 전에 내렸다. 안내 방송을 잘못 듣고. 내려 보니 6118이 서지 않는 정류장이다. 다시 271을 타고 이대역 정류장에서 내렸다. 원참. 그런 실수를. 10시 27분. 10시 38분에 6118을 탔다. 자리가 있어 앉았다. 신촌, 홍대에서 사람들이 많이 탔다. 입석이 없는 줄 알았는데, 그런치 않은가 보다. 늦은 시간이라 경인고속도로가 그다지 막히지 않아 11시 15분쯤 내릴 수 있었다. 집에 도착하니 11시 2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