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다 (1636)
2026년 2월 20일 금요일 새벽 0시 5분이 다 되었다. 한국과 캐나다의 컬링 경기를 보고 있다. 캐나다에 이겨야 4강에 갈 수 있을 텐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한국팀이 이기면 좋겠다. 별로 즐거운 일도 없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한국팀의 승리가 조금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제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윤 전 대통령에게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되었다. 그럴 것이라고 예상은 했었다. 그 판결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아무튼 지 모 판사가 법에 따라 소신껏 판결을 내렸다고 믿어주고 싶기는 하다.
하지만 모를 일이다. 그도 세상 돌아가는 분위기에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지 모 판사가 세상과 절연하고 사는 사람은 아닐 것이고, 따라서 지금 대세가 어느 쪽으로 흐르고 있는지를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실제로는 세상의 판세를 아주 잘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떤 사람들은 무죄 또는 공소 기각을 예상하기도 했었다. 나는 그냥 그들의 희망사항이라고 생각했다. 나만큼도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의 낙관론이라고 생각했다. 지 모 판사도 이 상황을 별 탈 없이 벗어나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무기징역이었을 것이다.
지 모 판사도 나름대로 고심했을 것이다. 사실은 사형을 선고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윤 전 대통령이 실제로 사형당하지는 않겠지만, 정치적으로는 이미 사망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가 재기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2심과 3심이 남았다고 하지만, 2심과 3심에서 그가 기사회생(起死回生)할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냥 그는 억세게 운이 좋았다가 지지리 운도 없는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정치력도 약했지만, 부하 운도 꽤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가 얼마동안 감옥에 있어야 할까?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꽤 오랫동안 감옥에 있어야 할 것 같다.
지 모 판사는 한때 보수 진영에게 희망을 주었지만, 그때뿐이었다. 그때도 그가 보수 진영에 희망을 주기 위해 그랬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마도 그는 그때도 진영과 상관없이 그냥 자신의 소신을 지켰을 뿐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역풍에 시달렸지만. 아무튼 무기징역을 선고함으로써 지 모 판사는 자신의 역할을 다했고, 그에게 닥쳤던 고약한 상황을 벗어나게 되었다. 진보 진영 일부에서 지 모 판사가 사형을 선고하지 않았다고 최소형량인 무기징역을 선고했다고 비난한다는 말도 있기는 하지만, 진보 진영도 내심으로는 무기징역에 꽤 만족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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