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다 (1520)
2025년 10월 27일 월요일 새벽 1시가 다 되었다. 어제는 하루 종일 아무 일도 안 했는데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잠만 잔 것은 아니고 뭔가를 하기는 했다. 바쁘지도 않았는데 하루가 가버리는 줄 몰랐다. 블로그에 몇 자 적는다는 것을 까맣게 잊었다. 건망증인지 아니면 경도인지장애가 시작된 것인지. 길 선생이 모친상을 마치고 와서 모친상 때 몇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사건이 있었다고 했다. 기억이 완전히 사라져서 친척과 식구들을 놀라게 했다는 것이다. 그 후 치매 검사를 받았는데 다행히 치매가 시작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길 선생은 그 사건이 두 번 째라고 했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나도 그 비슷한 일이 있었다. 한밤 중에 혼자 집에 있다가 수도관이 터지는 바람에 놀라서 관리 사무소 사람을 부르고 수습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때 관리 사무소 사람을 어떻게 불렀는지 그리고 수습을 어떻게 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수습이 되어 있었다. 술을 마신 것도 아닌데 어떻게 blackout이 될 수 있었을까? 그 후에 길 선생의 이야기를 듣고 다른 사람에게도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오늘 같이 루틴 하게 처리해야 할 일을 잊는 것은 뭔가 안 좋은 일의 징후일까?
잘 모르겠다. 그전에도 해야 할 일을 적어놓지 않으면 가끔씩 잊는 경우는 더러 있었다. 예를 들어 며칠 후에 누군가를 만나기로 해 놓고는 잊는다든가 또는 장소를 잘못 기억한다든가. 그때는 그냥 실수 또는 아주 약한 건망증 정도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그것도 역시 blackout이었을 것이다. 요즘 들어서는 매일매일 해야 하는 일을 잊는 경우도 꽤 있다. 고지혈약을 먹었던가 안 먹었던가 하는 것 등이다. 약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만 하고 시간이 좀 지나면 그 약을 먹었다고 생각하는 것 등이 그렇다. 실제로는 그 약을 안 먹었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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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문제로 여전히 시끄럽다. 사실 나는 부동산 문제에 관심이 없다. 나하고는 별 상관이 없는 일이니까. 15억 원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지만 영원히 쫓겨나지 않을 수 있는 집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15억 원짜리 집에도 살아본 적이나 가져 본 적이 없다.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불만은 없다. 그런 집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도 많은 세상이 아닌가? 서울에는 15억 원짜리 아파트들이 많이 있고 강남에는 그보다 훨씬 비싼 아파트들도 많이 있다. 그런 집에 살만한 능력이 있으면 그런 집에 사는 것이고, 나처럼 그런 집에 살만한 능력이 없으면 그런 집에 못 사는 것이다.
비싼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도 나름대로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주식 투자를 잘했든 아니면 코인 투자를 잘했든, 아니면 안목이 있어서 진작에 강남에 진출했든, 아니면 부모를 잘 만난 금수저이든. 그런 것도 다 능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집에 살 수 있는 사람들이 부럽기는 하지만, 그냥 그뿐이다. 나는 돈도 없고 용기도 없어서 용감하게 주식 투자든 코인 투자든 하지 못했다. 안목이 없어서 진작에 강남에 진출하지도 못했다. 1980년대에 강남은 그냥 그렇고 그런 정도였는데도. 그렇다고 부자 부모를 둔 금수저도 아니었고. 그러니 이런 정도라도 살 수 있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사람들이 서울을, 그리고 그중에서도 비싼 아파트가 있는 동네를 좋아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런 동네에 살아 본 적이 없지만, 그 이유를 납득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아무튼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서울로, 또 서울에서도 비싼 아파트들이 있는 동네로 이사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나는 꿈도 안 꾸지만. 그런데 앞으로 새로 그런 동네로 이사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갑자기 그런 동네에 집들이 더 늘어날 것 같지도 않고, 그런 동네 사는 사람들이 갑자기 팔고 나올 것 같지도 않고. 이런저런 규제도 있고. 그러면 그런 동네에 대한 수요가 좀 줄어들까? 수요가 없으면 값이 내릴 것이고. 그런데 과연 그렇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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