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

늙어 가다(230)

지족재 2021. 11. 9. 05:22

늙어 가다(230)

 

2021년 11월 9일. 아침 4시 25분을 지나고 있다. 어제는 비가 좀 오고 바람도 불었다. 이런 날씨는 Lake Oswego를 생각나게 했다. 10월이면 비가 오기 시작하는 동네로 눈 대신 비가 자주 왔다. 어쩌다 눈이 올 때도 있지만.  비가 오면 오히려 차분해져서 나는 좋다. 빗소리를 들으면서 잠을 청하는 것도 좋았다.

 

생각해 보니 그 동네 살 때 마음이 편했다. 집 사람과 함께 여기저기 드라이빙 다닐 수 있어 좋았다. 다니는 차도 별로 없는 시골길이라 운전도 편했다. 때로는 한 참을 달려도 차 한 대 만나기 힘든 길도 있었다. 그렇게 다니면서 영어 두세 마디만 하면 커피, 햄버거를 살 수 있고, 주유도 할 수 있으니 불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영어 못해서 가고 싶은 곳 못 가고, 사고 싶은 것 못 사고, 먹고 싶은 것 못 먹지는 않았다. 미국 사람 만날 일이 없으니 영어 못 알아들어서 힘든 것도 없었다.

 

언제 어느 때 귀가하더라도 내 차 자리가 정해져 있어서 주차도 편했다. 내가 살던 동네에는 사람도 차도 많지 않으니 신경 써야 할 일이 별로 없었다. 고층 아파트가 있는 동네도 아니고. 기껏해야 2층짜리 아파트. 그리고 단독 주택들. 

 

내가 살던 2층짜리 아파트. 빌린 집이라 문제가 생기면 24시간 상주하는 관리 사무소 직원에게 연락만 하면 된다. 유지 보수만 전담하는 직원 중 누군가는 밤새 상주하고 있다. 비가 몹시 오던 어느 날 늦은 밤에, 빗물이 스며들어 벽지가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서 직원에게 문자 보냈는데, 위급 상태로 보고 즉시 왔다. 사실 별로 위급한 상황도 아니었는데. 그것 터진다고 무슨 일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터지면 그냥 흘러내린 물만 닦아내면 되고. 모두가 잘 시간이어서 그냥 메시지만 남겼는데. 그런데 그 늦은 시간에 와서 문제를 해결해 주고 갔다. 아주 정중하고 친절하게. 

 

그 동네 월세가 좀 비싸긴 해도 생활하는데 불편한 것은 거의 없었다. 차로 3분 거리에 한국인이 하는 테리야키 집, 태국 음식점, 중국 음식점이 있었다. 전화로 주문하고 10분 후에 take-out 하면 집에서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었다. 10~15분 거리에 할인매장, 한국 식품점, 그리고 Drive through 스타벅스도 있었고. 

 

+++

 

어제는 비도 오고. 낙엽도 제법 쌓이고. 드디어 역마살이 도졌나 보다. 하지만 원수 같은 코로나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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