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창회 참석
어제(2015. 8. 28) 고등학교 3학년 반창회 모임이 있었다. 압구정동의 어느 한식집이 모임 장소라 인천에서 가기가 쉽지 않았다. 금요일이라 길이 막힐 것같아 차를 가져가는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 딸내미가 일러준대로 마을 버스를 탔다. 사람들을 보니 내릴 때도 교통카드를 찍는다. 환승을 위해 그렇게 한다고 한다. 딸내미가 거기까지는 말해주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이 하는 대로 따라했다. 마을 버스를 내린 곳에서 9500번 버스를 탔다. 금요일이라 예상대로 길이 막혔지만, 집에서 일찍 떠났기 때문에 약속 시간인 6시 30분에는 충분히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편안한 마음이기는 했지만, 차가 몹시 흔들렸다. 버스를 타본지가 하도 오래되어서 그렇게 흔들리는 것이 생소했다. 고속터미널 역에서 내렸다. 거기가 8-1번 출구라고 했다. 집으로 올 때는 8 -2번 출구와 이어진 곳에서 타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눈으로 확인하고는 3호선을 타기 위해 계단을 내려갔다. 고속터미널역에서 3호선뿐만 아니라 7호선, 9호선도 타기 대문에 이정표를 따라 3호선 대화 방향의 지하철을 탔다. 압구정역에서 내려 4번 출구로 나왔다. 친구들이 안내해준대로 한 5분 정도 직진하니 약속 장소가 나타났다. 압구정이라는 동네를 가본 적이 거의 없어서 구경하는 마음으로 걸어갔다. 내 눈엔 그저 그런 동네로 보였다. 압구정이라고 해서 대단한 뭔가가 있는 줄 알았는데 그런 것은 없다. 2등으로 도착했다. 나보다 먼저 온 친구가 1명 있다. 그러나 채 10분도 되지 않아 10명이 되었고, 좀 늦는다고 했던 친구도 7시쯤에는 모두 나타났다. 17명이나 모였다. 반창회이긴 했지만 고등학교 동기 모두에게 개방한 덕에 다른 반 출신 4명이 합류했다. 하지만 이렇게 저렇게 모두 아는 친구들이다. 난 그동안 시간이 맞지 않아 참석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친구들이 목요일 모임을 금요일로 전격 옮겨주어서 참석할 수 있었다. 고마운 마음에 술 한병 가지고 갔다. 40년만에 만난 친구가 몇 명있다. 이렇게 저렇게 소문은 듣고 있었지만 만나지는 못했었는데, 만나게 되어 기뻤다. 환갑이거나 환갑을 목전에 둔 나이에 만난 셈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식사겸 술자리인지라 여러 가지 건배사가 등장했다. 빠삐용(빠지지 말고 삐치지 말고 용서하자), 무한도전(무조건 도와주자, 한도 끝도 없이 도와주자, 도가 넘치게 도와주자, 전화하기 전에 도와주자), 재건축(재미있고, 건강하고, 축은? ... 아. 잊었다.) 등. 모두의 행복, 건강을 빌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 덧 9시가 되어 자리를 옮기기로 하였다. 맥주집에서 2차 모임을 갖는다고 했지만, 난 집이 멀어 1차만 참석하고 돌아섰다. 다음 10월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오던 대로 다시 지하철을 타고 고속터미널역서 내려 8-2번 출구에서 9500번 버스를 기다렸지만, 전광판에 '회차대기'라고 되어 있었다. 10여분 기다렸는데도 여전히 회차대기라고 되어 있어, 딸내미에게 연락하니 지하철타라고 한다. 그래서 7호선을 타고 온수역에서 내려, 다시 부평구청행 지하철을 타고 부평구청에서 내려 인천지하철을 타고 작전에서 내려 마을버스를 타고 집에 오니 11시 40분이 되었다. 2차 모임에 참석하지 못한 것은 아쉬웠지만, 참석했다면 새벽 2시나 되어 집에 도착했을 것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모처럼의 서울 외출. 약간 힘들긴 했지만 오랫만에 친구들을 만나 즐거웠다.
40년이 지나다 보니 행로가 다양했다. 직장 생활을 하다 은퇴한 친구들도 있고, 대령으로 예편한 친구도 있고,아직도 직장 생활을 하는 친구도 있다. 초등학교 교사인 친구도 있고,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친구도 있다. 서로 이름을 부르며 이야기를 하다보니, 그 옛날의 얼굴을 찾을 수 잇었다. 할아버지가 된 친구들도 여러 명이고, 머리가 벗겨진 친구도 있지만 고3 그 시절 그 모습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못 나온 친구들의 소식도 들었다. 젊은 나이에 중풍을 맞은 친구도 있다. 암 수술을 한 친구도 있고. 건강하게 모두 볼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