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가다 (347)
늙어 가다 (347)
2022년 3월 31일 새벽 1시 50분을 바라보고 있다. 3월이 끝나고 있다. 세월이 그렇게 가고 있고, 나도 그렇게 늙어 가고 있다. 시간이 허무하게 지나가는 것도 잘 받아들이고 있다. 세월이 빨리 가고 있다고 생각한지는 이미 오래되었지만, 그렇다고 가는 세월이 야속한 것은 아니다. 세월을 붙잡고 싶은 생각도 없다. 누구의 인생이든 그렇게 가는 것은 정해져 있다. 시간을 아껴가며 해 보고 싶었던 일을 좀 더 많이 해 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어차피 모든 것이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은 아니다. 그냥 세상 돌아가는 대로 따라서 살 수밖에 없다.
앞으로도 그냥 이렇게 살게 될 것이다. 언제까지 더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사는 동안 다른 사람에게 민폐나 끼치지 않고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마도 정신이 말짱한 동안은 그럴 일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더 나이 들어서 정신이 오락가락하고 몸이 뜻대로 안 움직여질 때가 걱정이다. 정신이 멀쩡하다고 해도 육체가 따라 주는 것은 아니다. 언젠가는 머리가 육체를 전혀 통제하지 못하는 시기가 올 것이다. 그런 시기가 오지 않으면 좋겠지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시기가 길면 길수록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할 뿐이다.
요즘에는 사고도 많이 일어난다. 나만 그런 사고를 피해 갈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일단은 내가 실수로라도 그런 사고를 내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나 때문에 다른 사람이 피해를 입게 되는 일을 겪는다면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고 괴로울 것 같다. 물론 내가 사고를 내지 않는다고 해도 다른 사람이 내는 사고에 내가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잘 가던 차가 와서 갑자기 내 차를 받는 것을 내가 어떻게 피해 갈 수 있나? 이미 그렇게 받힌 적이 몇 번 있다. 기억나는 것만 네 번이다. 다행히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을 뿐이다.
얼마 전에 내 집에서 스스로 넘어진 적이 있다. 결과적으로 내가 부주의해서 그런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렇게 넘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미리 예측할 수는 없었다. 넘어지는 그 잠시 동안에 어딘가는 부러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쳐갔다. 다행스럽게도 찰과상 정도로 끝났다. 하지만 항상 그렇게 운이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주의한다고 해서 사고가 안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기는 하지만 매일매일 사고가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전전긍긍하며 살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니 살던 대로 살아야 하고 웬만한 것은 하늘에 맡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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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세상사에 관심을 가지면 가질수록 속상하고 화날 일이 많아진다. 정치가 그렇고 사회도 그렇다. 그래서 관심을 안 가져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궁금증이 커져서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악순환이다. 뉴스를 보면 궁금증은 해소되지만 마음이 불편해진다. 정치에 관심을 가지니 몇몇 정치인은 영원히 퇴출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회에 관심을 가지니 악당들이 소탕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요즘에는 참 별별 악당들이 있다. 나이 어린 악당들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