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가다 (344)
늙어 가다 (344)
2022년 3월 28일 새벽 1시 35분이다. 오늘 하루를 잘 보낸 것인지 모르겠다. 그전에 없던 검버섯이 하나 생겼다. 그것이 언제부터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사실 검버섯인지 아닌지도 모르겠다. 관자놀이를 찾아 누르다가 이마 옆부분에 머리카락으로 약간 덮인 도드라진 부분이 만져졌다, 신경이 쓰여 거울을 봤더니 점 같은 것이 보였다. 색소가 침착된 것으로 보아 검버섯 같기는 한데 자세히는 잘 모르겠다. 의식하지 않으면 불편하지 않은데, 의식하면 좀 불편하다.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그동안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검버섯 같은 것이 하나 생긴 것을 제외하면 아직까지 코로나에 감염되지도 않았고, 특별히 아픈 곳도 없다. 게다가 바쁘게 뭔가 해야만 하는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돈을 벌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이만하면 하루를 잘 보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런저런 세상사를 바라보며 쓸데없이 걱정하기도 하지만, 따지고 보면 나와는 크게 상관이 없다. 그냥 덤덤하게 지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세상의 여러 일이 내 뜻대로 가지 않는다고 해서 지나치게 속상해할 일도 아니다.
은퇴 후에도 여전히 뛰어난 지적 능력을 보여주면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부럽기는 하다. 하지만 그런 일이 의욕만으로 가능하지는 않다. 그들은 그런 능력이 출중한 사람일 뿐만 아니라, 그런 일에서 지적 즐거움과 기쁨까지 맛보고 있는 사람들이다. 나는 과욕을 부리고 싶지 않다. 없는 능력을 짜내면서 살고 싶지도 않다. 생각해 보면 충실한 직장 생활을 위하여 지난 40년 동안이나 과욕을 부리면서 살아왔다. 즐거움이 수반되는 일은 아니었다.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즐거움과 기쁨을 오랫동안 유보한 채 살아왔다.
은퇴 후 10년간은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 코로나 때문에 반년이 그냥 가버렸지만, 그래도 아직 많이 남아 있다. 갈수록 운전도 어려워지겠지만 그래도 10년은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80살이 될 때까지 운전하는 것이야 어렵겠지만. <유튜브>에 보니 젊은 사람들만 여행하는 것이 아니다. 나이 든 사람들도 세계를 돌아다니고 있다. 몇몇 나라에서는 나도 잘 다닐 수 있지 않을까? 중국은 아무래도 패키지로 가야 할 것 같다. 절경이 많아 꼭 가보고 싶은 중국이다. 하지만 배낭여행처럼 다니기는 힘들 것 같다.
요즘에 해외여행이 가능해지는 분위기이기는 하다. 하지만 내가 언제쯤 해외여행을 갈 수 있을지는 나 자신도 알 수 없다. 아직은 코로나가 엄중한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해외여행을 가고 싶은 마음이야 이루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나도 고령자에 속한다고 보면, 섣불리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게다가 하반기에는 강력한 변이종이 나올 수도 있다고 국내외의 전문가들이 예측하고 있다. 예측대로 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할 뿐이다. 하루라도 빨리 game changer가 될만한 백신이나 특효약이 나온다면 좋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