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가다 (326)
늙어 가다 (326)
2022년 3월 10일 정오를 지났다. 새벽 내내 개표 방송을 보았다. 야당이 신승했다. 박빙 승부라는 말이 있기는 했지만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었을 때 깜짝 놀랐다. 그 정도로 박빙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여당이 이긴다고 자신한 여당 사람들도 있었지만, 진지하게 박빙 승부를 예상한 여당 쪽 사람들이 대단하다. 자체 여론 조사를 했겠지만 정교한 조사는 아니었을 텐데. 그냥 감인가? 아무튼 출구조사 결과는 어찌 그렇게 신통할 수 있을까. 놀라울 정도이다. 요즘 아무리 통계 기법이 발달했다고 해도 그렇게까지 정교하게 맞출 줄이야.
그동안 여당 쪽의 이런저런 행위들을 보면 대선판에서의 열세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던 것 같기는 하다.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었을 때, 차이는 고작 0.6% p이기는 하지만 분명히 여당이 진다고 했는데 환호성과 박수가 나왔다. 애초에 여당이 많은 차이로 질 것으로 인식하고 있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는 반응이 아닌가? 야당이 이긴다고 했는데도 야당에서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크게 이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는데 박빙이라니. 실망한 모습을 그대로 표출했다. 그동안의 여론 조사가 거의 모두 야당이 이긴다고 했기에.
믿을 수 없는 여론 조사 결과를 두고 야당이 크게 이긴다고 이야기 한 사람들이나 아무 근거도 없이 여당이 이긴다고 주장했던 사람들은 다 면목 없게 되었다. 하지만 정작 본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투표율이 77.1%라고 한다. 80%를 넘느냐 마느냐 하는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코로나 상황에서 그 정도면 상당히 높았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상황만 아니라면 80%를 훌쩍 넘겼을지도 모르겠다. 결과적으로 보면 야당의 승리에 단일화가 큰 영향을 미친 것 같기도 하다. 아니라고 부정할 만한 이유가 없다.
여당 쪽에서는 안철수를 원망할 것이다. 여당과 같은 거의 같은 색깔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야당과 단일화를 해서 선거를 망쳤다고. 심상정도 원망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김동연은 단일화를 해 주었지만, 사실상 그 단일화 효과는 거의 나타나지 않은 것 같다. 심상정과 단일화가 이루어졌다면 여당이 승리했을지도 모르겠다. 심상정이 얻은 표가 80만 정도라니까, 그 표가 그대로 여당으로 갔다면 여당이 이겼을 것이다. 하지만 정의당이야 오로지 선명성으로 지탱하고 있는 당이 아닌가? 심상정이 단일화를 해 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선거는 끝났고 야당이 이기고 여당이 졌다. 이재명은 승복했다. 그러니 여당에서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사태는 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모를 일이다. 박빙 승부였으니 여당에서는 여전히 내심 억울하다는 생각도 많이 하고 있을 것이다. 여당에서 패배를 인정하다고 발표했나? 뉴스에서 본 것 같지는 않은데 한번 찾아봐야겠다. 진 것은 진 것이니 졌다고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은 이제 거대 야당으로서 여당의 발목을 잡으려고 하지 않을까? 총리 및 장관 청문회까지 어쩌면 사사건건 물고 늘어질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