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가다 (277)
늙어 가다 (277)
2022년 1월 19일 오전 9시 40분을 향하고 있다. 아침 일찍부터 안전 안내 문자가 왔다. 오늘 수도권에 눈이 많이 온다고 주의하라고. 잠시 운전해서 외출할 생각을 했었는데 접어야겠다. 외출 자제해 달라고 하는데, 그 정도라도 협조해야지. 나같이 운전이 신통하지 못한 사람이 차 몰고 나갔다가 사고라도 나면 여러 사람에게 민폐 아닌가? 오늘 못 간다고 알리고 스케줄을 조정하기로 했다. 그냥 집에 있는 것으로. 이런 날 나가봐야 괜히 힘들기만 할 것이다. 집 안에서 편하게 책을 보거나 영화를 보는 것만 못할 것이다.
설경(雪景)이라고 하면 왠지 서정적이긴 한데, 도시 생활을 하다 보니 딱히 설경이라고 할만한 것이 없다. 아파트에서 밖을 내다본 들 별다른 감흥이 없다. 정서가 메말랐는지. 눈이 오면 그저 이런저런 걱정만이 앞설 뿐이다. 다니다가 미끄러질까 걱정. 앞차 받을까 봐 걱정. 뒤차에게 받힐까 봐 걱정. 눈 오는 날의 운치 따위는 다 사라져 버린 것 같다. 시골에 살면 좀 나을지 모르겠다. 어디 산속에 콕 틀어 박혀서 펑펑 내리는 눈을 하염없이 바라볼 수 있다면 아마 운치가 살아날지도 모르겠다.
그림 같은 풍경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지. TV에서나 볼 수 있겠지. 옛날에는 성탄 카드, 연하 카드 등에 설경 그림이 많았던 것 같은데. 요즘에도 성탄 카드, 연하 카드를 주고받는지 모르겠다. 나도 성탄 카드나 연하 카드를 주고받은 지 오래되었다. 30년 전부터 뜸해지더니 최근에는 전혀 그런 일이 없다. 모두 톡으로 간단한 말만 주고받는다. 확실히 운치는 없어졌다. 그전에는 받은 카드를 한동안 책장에 죽 늘어놓고 있기도 했는데. 그것으로 한 해가 가고 새해가 오는 것을 실감하기도 했는데. 요즘에는 도무지 그런 정취가 없다.
옛날에는 눈이 오면 눈사람도 만들고 그랬는데 요즘에도 눈사람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나? 눈사람 대신 '눈 오리'가 등장했다고 하던데. 요즘 들어 자꾸 옛일을 생각하게 된다. 특별히 할 일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그런 것이 바로 나이 들어가는 증거가 아닐까. 당연히 옛날이 다 좋았던 것은 아니지만, 옛날이 좋았던 적도 많이 있다. 요즘 세상은 왠지 살벌하고 각박하고 몰인정한 것 같다. 옛날에도 그랬나? 옛날에도 그런 일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왜 요즘 세상이 더 그런 것 같을까? 실제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내가 과거를 터무니없이 미화하고 있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