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가다 (274)
늙어 가다 (274)
2022년 1월 16일 오후 4시가 다 되었다. 새벽에 이런저런 일로 못 자고 있다고 결국 오후가 되어 일어났다. 이것도 퇴직한 자의 여유련가? 아무튼 생각한 대로 일상이 흘러가지는 않는다. 가끔은 규칙도 깨지고. 어젯밤부터는 작정하고 오래된 이메일을 지워 나갔다. 며칠 전부터 지운다고 생각했지만 고작 1~2백 개씩 지우는 정도로는 14000개의 이메일을 단시간에 정리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어젯밤에는 작심하고 일을 벌였다. 오래된 이메일을 다시 확인해야 할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런 일은 아주 간혹 어쩌다 있을 뿐이었다.
1차적으로 학교와 관련된 이메일을 최대한 지우기로 했다. 아주 최근의 이메일 몇 개만 남기고 보니 수천개의 이메일이 날아갔다. 혹시나 중요한 것인가 해서 가끔씩 이메일 내용을 다시 확인하기도 했지만, 결코 중요한 것은 것은 없었다. 진작에 지워도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이다. 각종 학교 업무와 관련된 이메일, 학생들과 주고받았던 이메일이 대부분이었다. 이제는 그 대부분의 학생들이 기억나지 않는다. 한 학기 수업이라고 해도 일주일에 한 번 2~3시간 15~16주 수업하는 정도였으니 그 학생들을 어찌 다 기억하겠는가?
학회 관련 이메일도 상당히 많다. 각종 학회 행사 안내와 논문 관련 내용 투고, 심사, 수정, 편집, 게재 등 그런 내용들이다. 다 지나간 일들인데 왜 그렇게 그냥 놔두었는지 모르겠다. 학회도 1~2개가 아니다. 난 가입한 적도 없는데 회원인 것처럼 연락을 해 오는 학회도 있다. 굳이 학회에 연락해서 회원이 아니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과련도 없는 학회에서 연락이 오면 좀 귀찮다. 거의 다 남김 없이 정리했다. 이런저런 학회에 참석하지 않은지는 이미 오래되었고, 논문도 작년에 1편을 쓴 것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쓰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광고 이메일도 많았다. 은행, 핸드폰, 인터넷, 항공, 책 등과 관련한 광고 이메일이 거의 매일 왔다. 애초에 회원 가입할 때 광고 이메일은 수신하지 않는다고 했어야 했다. 그런데 혹시나 도움이 될까 해서 그냥 두었더니 하루에도 몇 개씩 온다. 교총, 교원공제회, 연금 공단, 건보, 국회, 도서관에서도 이메일이 온다. 그리고 나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단체에서도 이메일이 온다. 이메일 주소가 노출되어 있다보니 그런 것 같다. 난 그런 단체에 가입한 기억이 없다. 일일이 수신 거부를 하기도 귀찮아 내버려 두었더니 그렇게 되었다.
밤새도록 이메일을 정리하다 보니 10000개 이상을 지웠다. 혹시 필요한 이메일까지 지우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도 있지만 그래도 잘 했다고 생각한다. 아무 몇 개 정도는 실수로 지웠을지도 모른다. 남아 있는 메일을 보니 2900개 정도이다. 밤이 지나 아침 8시가 되어 일단 중단했다. 하지만 그중 반 정도는 정리해도 되지 않을까. 스팸으로 적지 않은 수의 이메일이 걸러지기도 하지만, 그것도 매일 확인해야 했다. 스팸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스팸으로 처리되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스팸이 아니라고 해도 그다음에도 여전히 스팸 메일 통에 들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