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가다 (268)
늙어 가다 (268)
2022년 1월 9일. 밤 11시 20분을 지나고 있다. 잠자는 시간도 일어나는 시간도 불규칙하다. 재미있게 보던 것이 있으면 마저 보느라고 새벽에 자게 된다. 또 때로는 새벽에 일어나기도 한다. 규칙적으로 생활해야 한다고들 하지만, 바쁜 일상이 없어졌고 규칙적으로 해야 할 일도 없으니 굳이 규칙적으로 생활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사실 뭔가 밤에 하면 효율이 높다. 거의 30년을 그렇게 지냈으니 밤 시간에 또렷한 정신으로 있을 때가 많다. 조용하고, 집중도 되고, 마음도 차분해진다. 그렇게 오랫동안 밤 시간을 이용하다 보니 버리기 어려운 습관이 되었다.
오랫동안 밤 시간에 전공 분야의 논문을 쓴다고 애썼지만, 은퇴했으니 이제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다. 현역으로 있는 뛰어난 선생들이 있으니, 더 이상 내가 나서야 하는 것도 아니다. 사실 논문을 쓴다는 것은 꽤나 귀찮고 피곤한 일이다. 현역으로 있을 때는 논문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논문으로 써야 할 내용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고, 그 땅에 먼저 발을 디뎌야 한다는 초조함도 있었다. 하지만 은퇴와 함께 그런 압박감도 초조함도 모두 사라졌다. 진실을 말하자면, 더 이상 논문을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행복하다.
이제 논문을 쓰지 않아도 되는 밤 시간이다. 그동안 자료 찾는다고, 논문 쓴다고 노트북 붙들고 보낸 시간이 얼마나 될까. (노트북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게 된 것은 1997년 후반부터이고, 그 전에는 데스크톱을 사용했지만.) 그런 시절을 다 보내고, 밤 시간에 이제는 온전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 봐야 지금은 인터넷에서 이것저것 찾아보는 것이 전부이지만 그래도 여유가 생겨 좋다. 정해진 날짜까지 자료를 준비하지 않아도 되고, 정해진 날까지 뭔가 억지로 써내지 않아도 된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된다.
여유로운 밤 시간에 나는 youtube를 보거나 정보를 찾는다. youtube에서 세상의 다양한 풍물을 볼 수 있어 좋다. 참 놀라운 일이다. 세상의 거의 모든 것이 그 안에 있다. 뭔가 보고 싶은 것이 검색해 보면 대부분은 있다. 집에 갇혀 시간을 보내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이보다 고마운 일이 없다. 인터넷에는 정보도 매우 많다. 부정확한 정보나 끔찍한 정보들도 더러 있긴 하지만, 그래도 유용한 정보가 많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검색해 보면 거의 다 나온다. 세상 참 편리해졌다. 가끔씩 세상에는 숨은 고수들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