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가다(229)
늙어 가다(229)
2021년 11월 8일 새벽 1시.
토트넘과 에버턴의 경기를 보았다. 혹시 손흥민이 한 골 넣을까 해서. 그런데 경기는 지루했고 결과는 무승부. 오늘 경기에서 손흥민도 케인도 존재감이 없었다. 모우라는 일찍 교체되어 나갔고, 손흥민은 10분 남겨두고 교체되었다. 에버턴과 무승부라니. 감독이 바뀌었다고 팀이 당장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좀 두고 봐야겠지만 포체티노, 무리뉴, 누누처럼, 콘테도 중간에 경질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는 냉정하다. 일단 이겨야 한다.
+++
교과서 업계에서는 나도 나름 프로인데 실적이 나쁘다. 그래서 5~6학년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자진 하차할 생각이다. 하차할 때도 되었다. 그동안 오래 했다. 중고등학교, 초등학교 실적이 초라해서 면목이 서지 않는다. 믿고 기회를 준 출판사에게 미안할 뿐이다. 초. 중. 고 팀을 정말 해체하는 것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 출판사에 하차 이야기를 할 타이밍을 찾고 있다.
+++
'깐부'가 무슨 말인지 궁금해서 인터넷에서 찾아봤다. '오징어 게임'을 안 봐서 깐부라는 말을 몰랐다. 넷플리스에도 관심이 없어 뭔지 모르다가 이번에 알게 되었다. 근래에 신조어가 많이 나타나고 있는데, 대부분은 그 뜻을 모른다. '디스', 'featuring', '시그니쳐', .... 이런 말들도 이미 오래되었다는데, 최근에야 그 의미를 알았다. 앞으로도 신조어들이 끊임없이 나타날 텐데, 쫓아갈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내가 그런 말을 쓰는 것도, 친구들이 그런 말을 쓰는 것도 아니니. 하지만 뉴스를 안 볼 수도 없고. 신조어가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면 신조어의 출현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청색 전화와 백색전화 시대를 거쳐 스마트폰 시대가 되었다. 40년 사이에 이렇게 급변할 수가 있을까.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지만, 40년 동안의 변화는 정말 빠르다. 그렇게 말도 바뀌어 가나 보다.
+++
이사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다. 지하 주차장이 있는 곳으로 이사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다. 그런 곳은 너무 비싸졌다. 퇴직도 했으니 학교 근처에 머물지 많고 멀리 떠나 사는 것이 맞는데, 그 준비를 미처 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이 집에 20년 넘게 살고 있다. 아랫집, 윗집, 옆집 모두 두세 차례씩 사람이 바뀌었다. 어쩌면 이 단지에서 내가 가장 오래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